문건 유출 의혹 관련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 자택 압수수색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대기업 임원들 줄소환 시작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씨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앞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긴급체포해 구속한데 이어 또다시 ‘문고리 3인방’을 정조준하면서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로 소위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왼쪽부터)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연합뉴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9일 오전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의 주거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업무일지와 다이어리, 개인 및 업무용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이들 2명 외에 청와대 전·현직 실무급 직원 2명의 자택도 포함됐다.

검찰은 청와대 국정보고 자료와 연설문 등 대외비 문서가 최순실씨에게 유출된 과정에 이 전 비서관이 깊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이 전산 보안 업무를 맡고 있었던 만큼 그의 인지 없이 청와대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전 비서관 외에도 최씨의 태블릿 PC에는 정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 등이 문서 작성 아이디를 공유했다는 흔적이 나와 사실상 ‘문고리 3인방’ 모두가 문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또 최씨 조카의 처남 김모씨와 관련된 의혹도 받고 있다. 김씨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5급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최씨와 청와대의 연결책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김씨가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총무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이 전 비서관 역시 이같은 사실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 전 비서관은 앞서 국정감사에 출석해 최씨와 대통령의 친분관계를 잘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안 전 비서관의 경우 최씨가 청와대를 드나들 때 자신에 차에 최씨를 태우는 등 제2부속실 비서관으로 근무하며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 전 비서관은 또 청와대에 근무하며 최씨를 보좌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영선 전 행정관을 발탁한 인물이기도 하다.

안 전 비서관은 이밖에도 언론사 보도 개입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에 대해 “안 전 비서관이 필요 이상으로 나서며 장·차관들과 대통령의 접촉을 가로막았다”며 “이 전 비서관은 장관들과 공공기관장들이 참여하는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들어오는 등 맞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 전 비서관, 안 전 비서관, 이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199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한 때부터 20년 가까이 보좌해온 인물이다.

검찰은 조만간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박 대통령의 지시 여부 등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 검찰,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53개 기업 전수 조사할 방침

한편 검찰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압박 의혹과 관련해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줄소환에 들어갔다.

검찰은 먼저 이날 한진그룹 김모 전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에는 현대자동차그룹 박모 부사장, LG그룹 이모 부사장, CJ그룹 조모 부사장, 한화그룹 신모 상무, SK그룹 박모 전무 등을 소환 조사했다.

SK는 두 재단에 총 111억원을 출연해 204억원을 출연한 삼성, 128억원을 출연한 현대차그룹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금액을 냈다. 이어 금액별로 LG가 78억원, 한화 25억원, CJ 13억원, 한진 10억원 등을 출연했다.

 

 

검찰은 소환된 그룹 임원들을 대상으로 재단에 거액의 기금을 낸 배경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출연 요청 경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정부 주요 관계자들의 관여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 자리에서 7명의 대기업 총수들을 이틀에 걸쳐 비공개 면담 형식으로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는 모두 17명의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했다.

당시 비공개 면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2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속된 안 전 수석이 재단 모금 과정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고, 관련 자료로 박 대통령의 공식 행사 일정이 담긴 다이어리 2권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대통령 재벌 독대' 논란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은 또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희생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체육인재육성재단 송모 전 이사장을 불러 재단 해산을 둘러싼 사실관계 등을 조사했다.

2007년 스포츠 새싹 발굴 및 지원, 스포츠 외교인력 양성, 심판과 전문지도자 및 스포츠 산업인력 육성 등을 목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설립한 체육인재육성재단은 지난 1월 1일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개발원과 통합됐다.

통합 이후 K스포츠재단이 등장해 체육인재육성재단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위한 조치가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체육인재육성재단에 사무총장 경질을 지시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아 재단이 해산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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