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지록위마(指鹿爲馬) 환관 조고... 후한 몰락시킨 '십상시'
정호성 법정 진술 "잘 모시지 못해 통탄스럽다" 했지만...

 

 

[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이라고 불렸던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세 명의 비서관 가운데 어제(25일) 정호성 전 비서관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1심 결심공판이 열렸습니다.

“대통령을 더 잘 모시지 못해 통탄스럽다”는 정 전 비서관의 법정 진술을 보면서,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던 문고리 권력, 역사에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이름이 남은 이런저런 인물들의 이름이 떠올랐는데요.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은 역사에 어떤 이름으로 기록될까요.

김효정 기자의 ‘카드로 읽는 법조’입니다.

[리포트]

시황제가 세운 중국 최초 통일제국 진(秦)의 환관(宦官)이자 승상(丞相) 이었던 조고.

조고는 시황제 사후 시황제의 조서(詔書)를 위조해 장남 부소와 충신 몽염을 자결케 하고 어리석은 막내아들 호해를 황제에 세웁니다. 이른바 사구정변(沙丘政變)입니다.

조정을 좌지우지한 조고는 황제 호해에게 말을 바치며 사슴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어리둥절해하는 황제에게 ‘말’이라고 사실을 진언한 이들을 모두 죽입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조고의 폭정에, 진승·오광의 난을 시작으로 진 제국은 결국 창업 15년 만에 망합니다.

후한 말에는 십상시(十常侍)는 10명의 내시가 어리석은 황제 영제(靈帝)를 끼고 조정과 국사를 쥐락펴락, 전횡을 일삼습니다.

그럼에도 영제는 “과인이 어린 시절 황궁에 들어와 의지할 사람 하나 없었을 때 환관 장양은 친아비요, 환관 조충은 친어미처럼 나를 보살폈다. 그들이 사욕을 좀 채우기로서 그게 무슨 문제인가” 하고 십상시를 싸안고 두둔합니다.

이후 ‘황건적의 난’이 나며 후한은 몰락의 길을 걷고 천하는 위촉오 삼국으로 갈라집니다.

중국에 십상시가 있었다면, 조선에는 김자원(金子猿)이라는 내시가 있습니다.

연산군 때 김자원은 왕의 명령을 전하는, 이른바 왕명 출납을 관장하는 승전내관(承傳內官) 상전(尙傳) 직을 맡습니다.

왕명 출납의 문고리로, 권력을 꽉 틀어쥐고 휘두르니, 양반들이 말에서 내려 김자원에 인사를 하고 고관대작들은 김자원을 통하지 않고는 왕을 볼 수 없었다는, 지금도 어디선가 많이 듣고 본 듯한 말이 전해집니다.

“나를 거치지 않고는 김기춘도 대장(대통령)에게 보고서를 낼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문고리를 잡고 있던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의 말이 그것입니다.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이른바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 의 이름입니다.

문고리 3인방이라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세 비서관이 묵묵히 고생하며 자기 맡은 일 열심히 하는데 그런 비서관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하면 누가 내 옆에서 일하겠느냐”고 두둔합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제기 당시, 십상시를 두둔한 후한의 영제처럼 정호성·안봉근·이재만 세 비서관을 감싸고 두둔한 겁니다.

그러나, 청와대 문건 유출은 사실로 확인되고 고구마 줄기처럼 캐도캐도 나오는 국정농단 실태.

박 전 대통령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고, 세 비서관도 모두 이런저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대통령 뜻을 헤아리고 받드는 과정에서 과했던 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게 특별히 잘못됐다든가 부당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호성 전 비서관이 어제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한 말입니다.

정 전 비서관은 “우리 정치사에 박근혜 대통령만큼 비극적인 사람이 또 있나. 대통령을 더 잘 모시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 통탄스럽다”고 주군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을 보여줬습니다.

역사에는 왕의 곁에서 오명을 남긴 이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선대 왕 문종의 유지를 이어 단종을 지키려다 죽음을 맞았던 환관 엄자치.

세종부터 연산까지 7명의 왕을 모시며, 연산의 방탕함에“이 늙은 환관이 죽음이 아깝겠소마는 임금께서 오래 국왕으로 있지 못할 것이 원통할 뿐"이라는 직언을 하고 처참한 죽음을 당했던 환관 김처선.

진나라 조고와 후한 영제의 십상시, ‘망한 왕조’와 탄핵 당한 박근혜 대통령.

역사는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문고리 3인방을 ‘십상시’로 기록할까요 ‘김처선’으로 기록할까요.

법률방송 '카드로 읽는 법조', 김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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