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탈락' 전직 판사 "하늘을 보고 부끄럼 없이 법관 신분 충실"
대법원 "근무성적 현저히 불량해 정상적 직무 수행할 수 없다"
재판부도 당혹 "전례 없는 일... 양측 입장 정리해 심리하겠다"

 

 

[앵커]

법률방송 단독 보도입니다.

전직 판사가 전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등을 상대로 ‘위자료’를 주고 '손해배상'을 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억울하게 판사직에서 쫓겨났다는 건데, 어떤 사연인지, 오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이철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원고: A 전직 판사.

피고: 2016년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

사상 초유, 전직 대법원장 등을 상대로 한 전직 판사의 위자료 청구 민사소송 원고와 피고입니다.

재판부마저 당혹스럽게 만든 재판.

발단은 법관 연임 심사입니다.

1988년 판사로 임용된 A 전 판사는 법관 연임 심사를 앞둔 지난 2015년 10월, 법원에 법관 연임 희망원을 냅니다.

그 해 12월 대법원은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법관인사위원회에서 연임 부적격자로 의결됐다고 통보합니다.

이에 반발해 A 전 판사는 각종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법관인사위원회에 나가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연임 불가’는 확정됩니다.

결국 2016년 2월 15일, 지방법원에 근무하고 있던 A 전 판사는 서울 용산역에서 법원행정처 직원이 가져온 사직서에 서명을 하고 그 달 19일 자로 ‘의원면직’ 됩니다.

A 전 판사는 이후 ‘사직서에 서명을 안 하면 강제 퇴출돼서 울며겨자먹기로 서명을 한 부당 해고’라며,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냅니다.

그리고 오늘 열린 첫 공판.

A 전 판사는 “하늘을 보고 부끄럼 없이 재판 업무나 법관 신분에 충실했다. 당연히 연임될 줄 알았다”

“믿었던 사법 권력이 판사를 내쫒았다. 자다가도 분노가 치민다. 평생 치유가 안 될 것 같다”며 자신이 몸담았던 법원을 향한 분노를 여과없이 쏟아냈습니다.

A 전 판사는 그러면서 “사직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적격자로 불연임 발령을 내겠다는 피고들, 그러니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위법, 부당한 압력에 굴복해 어쩔 수 없이 이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A 전 판사는 “법관이 억울하고 부당하게 퇴출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고 나아가 대법원장의 권한이 통제되고 법원행정처가 폐지되거나 축소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혁되어야 할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위법, 부당한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정상적이고도 공정한 법관인사위원회의 평가에 따른 연임 불가 결정이라는 겁니다.

이에 A 전 판사는 "제가 연임이 안 된 이유를 모르겠다. 법관인사위원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린 근거가 무엇인지 알아야겠다”며 법관 평정 자료를 증거로 제출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법관인사위원회 자료가 법원 바깥으로 유출된 전례가 없어, 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정리해 심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직 판사도 모른다는 해임 사유.

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전직 판사의 민사소송.

다음 재판은 오는 12월 5일 열립니다. 법률방송 이철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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