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흉악범죄 예방... '정의 실현' 차원에서 집행해야"
반대론 "흉악범죄 예방 효과 없다... 통계적으로 무의미"
피해자 가족 상실감 회복 등 진정한 '치유' 방안 모색해야

 

 

[앵커] 남승한 변호사의 ‘이런 법 저런 판례’, 어제에 이어 오늘(17일)도 사형제 존폐 논란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폐지론자들도 그렇고 집행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그렇고 다 주장의 근거나 논거는 있을텐데 논거들이 어떻게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사형을 존치해야 한다,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지금같이 흉악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서 그렇다, 사형제도라는 가장 무서운 형벌을 가해야 범죄가 억제된다는 게 가장 큰 논거고요.

두 번째는 이런 큰 죄를 범한 사람들의 피해자가 있지 않느냐, 그분들의 마음을 다스려주고 이분들을 위로하려면 이 사람들을 벌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뻔히 살아 돌아다니게 하면 그것처럼 곤란하고 정의 실현이 되지 않는 것이 없지 않느냐, 이런 정도인 것 같습니다.

[앵커] 폐지론자들의 논거는 어떤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폐지론자들은 그렇습니다. 사형제도에 해당하는 정도의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내가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사형당할 수 있다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런 범죄를 저지르진 않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는 겁니다.

격정범이거나 사이코패스로 보이는 사람들이거나 이런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사형 집행 당할 수 있는데...' 라고 해서 그런 범죄를 안 저지르는게 아니라는 거고요.

통계적으로 사형 제도를 폐지한 국가나 미국의 여러 주들이 있는데 그런 주들에서 강력범죄가 증가해야 하는데 그런 국가나 주에서 강력범죄 증가율이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형 제도를 유지하는 나라에서의 강력범죄 증가율과 큰 차이가 없다거나 오히려 더 낮다는 것이 드러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 범죄 억지력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앵커] 법 감정으로 정의 실현 차원에서야 모르겠지만 범죄예방 효과 차원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거네요.

[남승한 변호사] 그렇게 통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사형제도 폐지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 헌법소원 같은 게 제기된 적은 없었나요.

[남승한 변호사] 두 번 있었습니다. 헌재는 두 번 다 합헌이라고 결정했는데요. 가장 최근 헌법재판은 '보성 어부 살인사건'이라고 하는 엽기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70대 어부가 여대생과 동료 학생을 연쇄 살인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 사건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사형제도가 합헌인가 여부가 다퉈진 적이 있었습니다. 배경으로는 도대체 헌법재판을 어떻게 청구한 것이냐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요.

그때 당시 보성 어부 사건의 재판을 담당했던 재판부가 "사형제도가 과연 합헌이냐는 의문이 있다. 이건 헌법재판을 한번 받아봐야 되겠다" 해서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습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사건으로 다룬 경우입니다.

[앵커] 결론이 그래서 어떻게 나왔나요.

[남승한 변호사] 결론은 합헌으로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을 선고하거나 아니면 이번 탄핵처럼 특정사건의 경우에는 재판관 6명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앵커] 그때 그러면 사형제도가 위헌이 아니다, 라는 근거가 대략 어떻게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사형제도는 우리 헌법 한 조문에 '사형'이라는게 언급이 돼있습니다. 헌법에서도 '사형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논리가 있었고요.

일단 "국민의 기본권도 제한이 가능한데 우리나라 법 감정, 법제도 상에서는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법 감정이 충분히 완화되지 않았다. 그리고 기본권도 기본적으로는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들이 있었습니다.

[앵커] 국제적으로는 추세가 어떻게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국제적으로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사형 제도를 폐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유럽연합인데, 유럽연합에 가입돼 있는 국가들은 사형을 전부 폐지했습니다. 유럽연합은 가입 조건으로 사형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도 아주 특이한 방법으로 사형을 집행하는 '기요틴'이라는 기구를 발명했던 나라인데 그 나라의 경우도 사형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선진국 중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정도이고요. 잘 아는 중국은 수시로 사형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 같은 경우도 폐지된 주가 꽤 있지 않나요.

[남승한 변호사] 미국의 경우는 사형 방법이 꽤 다양한데 약물을 주사하는 '주사살'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미국도 여러 개 주에서 사형 제도를 폐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우리나라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사형 제도를 유지해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남승한 변호사]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인데요. 대의민주주의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은 직접민주주의의 함정입니다. 여론조사의 경우는 조사 시기가 대체로 흉악범죄가 발생했을 때가 많습니다.

또 국민 법감정이라는 것은 쉽게 사형 제도를 폐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특정 시기에 여론조사가 이뤄졌고 실제 사형 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한다면 가라앉았던 국민 법감정이 다시 생기게 됩니다.

여론은 당연히 사형제도 폐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경우에도 사형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선진국들의 입장이었는데요.

프랑스의 경우 사형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통령인 미테랑 대통령과 식자들이 밀어붙여서 사형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현재는 사형 제도를 폐지한 것을 아주 잘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이 사형제도라는게 존속과 폐지, 어느 중간 입장이라는 게 사실 있을 수 없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이렇게 어떻게 보면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건 뭐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남승한 변호사] 전 개인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폐지와 관련해 가능한 방법은 두가집니다. 하나는 국회에서 법을 만드는 거고 두 번째는 헌재에서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겁니다.

국회에는 이번에 또 올라가면 세 번째 폐지 법안이 올라가는데요. 과반수 이상의 의원이 서명하고 발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관 상임위 통과를 못하고 폐기돼 왔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경우는 그동안 헌재의 구성, 법감정 등의 이유로 위헌결정 선고를 못했는데요. 현재 헌재의 인적 구성이나 헌법재판관 임명 당시 인터뷰 내용 등을 비춰보면 현재로선 사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재판관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이고요.

혹 재판관이 변경된다 하더라도 폐지될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일단 헌법재판이 진행돼야 합니다.

[앵커] 현재 헌법재판이 진행 예정인 사항이 있나요.

[남승한 변호사] 현재 진행 예정은 없습니다. 헌법재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들이 있는데요. 헌법재판을 받으려면 보성 어부 살인사건처럼 법원이 이 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헌법재판소로 위헌법률심판을 받게 하는 게 있고요.

사형제도가 집행될 수 있는 피고인이 법원에 이 법은 위헌인 것 같다,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해주시오, 청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법원이 받아들여서 헌법재판소로 넘기거나 기각하거나 이렇게 되는데요. 법원이 기각하는 경우 피고인은 헌법재판소에 대해 헌법소원을 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 심판을 할 수도 있고 헌법소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사형제 폐지 논란이 있지만 여론조사를 하면 그래도 일단 존속을 해야 한다가 높은 건 제가 보기엔 내 식구를 참혹히 죽였는데 저 사람은 그대로 살아있는 게 모순 아니냐, 피해자 가족들은 고통이 엄청난데 사형제를 폐지한다면 그런 사람들의 억울함은 어떻게 하느냐, 이런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남승한 변호사] 현재 사형 제도를 폐지하고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이 종신형입니다. 종신형도 절대적 종신형이 있고 상대적 종신형이 있는데요. 일단 절대적 종신형으로 해보다가 점차 완화되는 방법으로 해보자, 폐지론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논란이 있긴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들의 감정을 어떻게 치유해줘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는데 이 부분은 엄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피해자들의 억울한 감정에 공감해서 사형수 또는 흉악범들의 사형 집행을 주장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혼자 느끼는 분개심 때문인지를 생각해봐야 하고요.

법적이진 않고 법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부분일 순 있는데 피해자들의 경우 막상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사형이 집행돼서 흉악범이 없어져 버린다고 해서 그것이 치유될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선진국이나 사형폐지 국가 사이에서는 사형을 집행하는 것보다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이들이 심리적으로 치유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더 논의해야 한다 이런 논의들이 있습니다.

[앵커] 사형제 존폐, 쉽지 않은 문제이고 껄끄럽고 부담스런 문제이긴 하지만 일단 공론화하는 게 가장 먼저 필요해 보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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