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 "살기 가득한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원색적 표현
변호인 “사법부 흑역사”... 재판부 “유죄 예단 아냐, 재고를”
"법원·검찰 상대 '베팅'... 지지자 결집으로 '분위기 반전' 포석"

 

 

[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 집단 사임계 제출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이슈 플러스’, 정순영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변호사 전원 사임계 제출, 일단 제출이 되긴 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변호인 사임계 제출의 변이 아주 원색적이었는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 대표변호사 격인 유영하 변호사는 “재판부의 추가 영장 발부는 사법부의 치욕적인 흑역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사임계를 제출했습니다.

유 변호사는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면서 살기 가득한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비분강개’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재판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네, 추가 영장 발부를 이유로 ‘흑역사’ 운운하며 변호인 사임계를 제출한 데 대해, 재판부도 부글부글하는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는데요.

재판부는 일단 “영장 재발부가 피고인에 대해 유죄의 예단을 갖는 건 아니다”는 말을 두 차례 반복하며 “사임 의사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앵커] 흐름과 국면이 묘해지고 있는데, 박 전 대통령 재판이 변호인이 사임계를 냈다고 해서 변론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은 일단 아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형사재판의 경우 징역 3년 이상의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경우 반드시 변호인 변론을 받도록 우리 법은 규정하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가 18개이고 사안이 중대해 유죄 선고시 3년 이상의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앵커] 이런 점을 박 전 대통령이나 유영하 변호사 등이 모르진 않을 텐데 그럼에도 집단 사임계 제출, 이거는 뭐 무슨 의도와 배경이 있다고 봐야 할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네. 추가 구속영장 발부 등 일단 박 전 대통령이 유죄 쪽으로 기울고 있는 거 아니냐, 이런 분위기 속에서 판을 한번 흔들어보겠다는 의도가 강하다는 게 법원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오늘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고 강한 어조로 본인의 혐의를 부인한 것과 맞닿아 있는데요.

“무죄다. 정말 억울하다. 우리 얘기를 좀 들어봐 줘라” 하는 표현의 극단적인 방식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앵커] 다른 의도는 뭐가 더 있을까요.

[기자] 네, 향후 보석 신청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풀이도 있습니다. 일단 세게 던져놔야 향후 재판부가 한 번이라도 더 고려하고 감안해줄 거 아니냐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겁니다.

향후 증인 채택과 신문 과정에서 법원, 검찰을 상대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일종의 베팅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언급한 것과 맞물려 지지자 결집을 통한 분위기 반전 및 최악의 경우 유죄 선고가 나도 ‘정치적 희생양’을 자처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앵커] 이유와 배경이야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끝까지 변호인 사임계을 철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서 “변호인이 모두 사퇴하면 새 변호인이나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야 하고 그 경우 심리가 상당히 지연돼 그 피해는 피고인에게 돌아간다”며 사임 의사를 재고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는데요.

재판부는 일단 국선 변호인이라도 선임해줘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검찰 수사 기록과 재판 기록을 새 변호인이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 봐야 하는 등 심리 지연은 불가피하고 이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실익도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임계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이는 유무죄를 다투는 재판은 포기한다, 다만 ‘정치보복 희생’의 아이콘으로 남겠다, 이런 작정을 한 거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앵커] 네, 박 전 대통령 한때 ‘선거의 여왕’이라고까지 불렸을 정도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는데 이번 초강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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