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간호사 '첫 월급' 30만원대 지급... 최저임금 4분의 1 수준
"왜 간호사들만... 분하고 억울" 항의에 병원 “소송할 거면 해보라”
병원 "첫 5주 교육수당... 최저임금 위반 몰랐다" 옹색한 '해명'

/사진=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서울대병원이 확인된 것만 최소 6년 넘게 갓 입사한 신입 간호사들의 첫 월급을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서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조직에서 '약자'인 신입 간호사들을 상대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갑질’을 자행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한 SNS에는 "2017년 서울대병원 간호사 첫 월급이 얼만지 아세요? 36만원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대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글 작성자 최모씨는 "그건 그나마 오른 것이고 2011년에 입사한 저는 31만 2천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올해 최저 임금은 시간당 6천470원, 하루 8시간 근무한다면 일당은 5만 1천760원이다.

연장근무나 휴일근무 없이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한다고 가정할 경우 하루 일당 5만 1천760원에 한 달 근무일 20일을 곱하면 103만 5천200원, 여기에 1주일 이상 근무하면 의무적으로 지급되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한달 최저 월급은 135만 2천230원이 된다.

최 간호사는 게시글에서 "정규직 직원의 한 달 근로시간은 209시간이다"라고 썼다.

아주 보수적으로 계산해서 하루 8시간, 주 5일만 근무했다고 하더라도 최 간호사 주장대로 2017년 현재 서울대병원 간호사 첫 월급 36만원이 사실이라면 최저 임금의 4분의 1 정도만 지급한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최 간호사는 이에 대해 "그땐 그게 최저임금 위반인지도 몰랐다. 내가 아직 잘 모르고 업무능력도 미숙하니까, 그리고 이 큰 병원에서 주는 거니까 그냥 원래 다 그런 건가보다 했다"고 적었다.

최 간호사는 그러면서 서울대병원 측이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 간호사들을 채용해서 업무를 시키면서도 정식 발령은 내지 않는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병원에 출근하고 있는데 왜 발령을 안 해주는지... 발령이 나지 않아서 기숙사 입사도 불가능하다고 해서 친구와 저는 병원 앞 허름한 고시원에서 지냈다."

"발령을 안 해주니까 제 사번이 없어서, 남의 ID와 비밀번호를 빌려서 환자의무기록을 조회하고 기록했어야 했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그게 문제인지도 몰랐다. 그냥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 주니까 그렇게 했다"는 것이 최씨 주장이다.

환자의무기록 조회 등 간호사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간호사로 정식 발령을 내지 않아 사번도 없이 다른 간호사 ID와 비밀번호로 환자의무기록을 조회했다는 것이다.

최 간호사는 이에 대해 "야간근로수당, 시간외수당, 야간근무가산금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저는 시급 1천490원짜리 노동자였다. 2011년 3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정식 발령받은 직원에게 시급 1천490원을 줄 수는 없으니 일부러 발령을 해주지 않았던 거였다"고 주장했다.

최 간호사는 게시글에서 서울대병원 측이 간호사 첫 월급으로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월급을 지급해온 사실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썼다.

최 간호사는 "올해 초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어느 간호사가 이 병원 첫 월급이 너무 이상하다고 문의하기 전까진 그게 문제인지도 몰랐다"며 "노조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서울대병원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최 간호사는 이후 노조와 함께 지난 6월 정식으로 병원 측에 문제 제기를 하는 한편, '미지급 최저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최고서에 간호사들을 상대로 서명 받기에도 나섰다.

최 간호사는 "신규 간호사들은 불이익이 두려워 서명하길 꺼렸다"며 "병원은 간호사들의 이런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소급 절대 못 해준다고 소송할 거면 소송해 보라는 고압적인 태도로 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최저임금 위반이라는 사실은 병원 측은 물론 노조 측도 전혀 몰랐다가 몇 달 전 알게 됐다”며 간호사 첫 월급 최저임금 미지급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간호사 측이 문제 삼고 있는 첫 월급은 채용이 확정된 후 발령이 나기 전 5주 동안 받는 오리엔테이션의 교육수당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즉 근무에 대한 '월급'이 아니라 교육받는 데 대한 '수당'으로 봐서 최저임금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해명'이다.

이 관계자는 “실제 근무를 한 것이 아니라 선배 간호사들에게 업무를 배우는 참관 형태이기 때문에 근무와 동일한 임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법률 자문을 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 최 간호사가 문제 제기를 했을 당시 법률 자문을 받아보니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와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최 간호사가 노조 변호사를 통해 정식으로 항의해 다시 알아보자 최저임금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 병원 측 해명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오는 17일 지난 3년 간 간호사들의 첫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소급해 일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이 단순 실수나 착오로 최저임금을 미지급해온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혹이 남는다.

통상 "교육이 사용자의 지시에 의해 이뤄지고 근로자가 그 교육을 거부할 수 없다면 근로 시간에 해당된다"는 것이 기존 판례나 법원 안팎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따라서 서울대병원 측 해명대로 간호사 입사 후 첫 5주일을 '참관 교육' 기간으로 봤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지시에 의한 노동자의 교육은 그 자체가 '근로 시간'에 해당하는 만큼 교육을 이유로 한 최저임금 미지급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최 간호사는 "최저임금 미지급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고 함께하는 간호사들이 늘어나 지난달 310명에 이르자 병원은 마지못해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최저임금 수준에서 지급하겠다고 했다"고 반발했다.

최 간호사는 그러면서 "금액에 대해 일말의 합의도 없이 야간근로수당, 야간근무가산금 등에 대해선 나 몰라라 식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대병원 측은 법률방송이 취재에 나서자 당초 최 간호사 주장대로 "최저임금을 제외한 시간외근무 등 각종 수당에 대해선 지급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다시 연락을 해와 "잘못 말씀드렸다. 통상 야간수당은 물론 주휴수당까지 다 챙겨서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럼에도 논란은 남는다.

서울대병원 측이 입사 3년 미만 간호사의 첫 월급에 대해서만 최저임금 미지급분 소급 지급 계획을 밝히고, 입사 3년이 넘는 간호사들에 대해선 이렇다 할 아무런 지급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지급 임금에 대한 채권 시효는 3년으로, 입사한 지 3년이 넘은 간호사들은 첫 월급을 최저임금에 못미쳐 받았더라도 소송을 해도 임금을 소급 지급받을 수 없다.

소송으로 번질 경우 서울대병원 측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은 임금채권 시효가 살아있는 입사 3년 미만 간호사들에게만 미지급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3년 이상 된 간호사들에게는 지급하지 않겠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 간호사는 "10년 가까이 서울대병원은 '실수'로 300명 가까운 간호사들에게 시급 1천500원을 주고, 수십억원의 비용을 아꼈다"며 "다른 직원들은 월급 다 받고 일할 때 간호사만 최저임금도 못받고 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간호사는 그러면서 "대학을 갓 졸업한 22~23살 어린 청년들에게, 근로기준법이 뭔지도 잘 모르는 청년들에게 기업이 '실수'로 시급 1천500원을 줘도, 걸렸을 때 3년치만 소급해주면 되나 보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 간호사는 "간호사만 이런 취급을 받는 데 정말 너무 화가 난다"며 "저는 3년을 훌쩍 넘겼기 때문에 1원 한 푼 돌려받지 못하지만 정말 분하고 억울해서 이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최 간호사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노조 등과 상의해 병원 측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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