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북한 요원, 'TV쇼'라고 속여... 전에도 겨자 등 바르게 하고 돈 지급" "독극물인지 모르고 김정남 얼굴에 발라"... 국내외 증인 150여명 소환 예정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국제공항 터미널에서 신경안정제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동남아 여성 2명에 대한 재판이 말레이시아 법정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2일(한국시간) 오전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UN에서 사용을 금지한 독성 신경작용제 'VX'를 문질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지 검찰은 이들을 3월 초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상급법원으로 사건이 이첩되면서 8개월이 지나도록 본격적인 재판이 진행되지 못했다.
재판 첫날 이들은 방탄조끼를 입은 채 법원에 출두했다. 체포 당시부터 이들은 "몰래 카메라 쇼를 위해 장난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해왔고 이날 재판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시티 아이샤의 변호를 맡은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아이샤는 김정남의 얼굴에 바른 물질이 독이란 걸 몰랐다. 그녀 역시 이번 사건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구이 순 셍 변호사에 따르면 시티 아이샤는 올해 초 쿠알라룸푸르에서 '리지우'라는 이름을 가진 북한 국적자와 처음 접촉했다.
아이샤는 이후 백화점과 호텔, 공항 등지에서 낯선 이의 얼굴에 오일이나 매운 소스를 바르는 연습을 하고 100~200달러의 보수를 받았고, 이후 캄보디아에서 중국 시장을 겨냥한 TV쇼 제작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북한 국적 남성을 추가로 만났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이 남성은 '홍석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북한 외무성 소속 요원으로, 이 북한 요원이 아이샤에게 김정남을 다음 목표로 지목해 VX를 바르라고 지시했고, 아이샤는 김정남에게 VX를 바르는 순간까지도 그것이 독극물인지 몰랐다는 것이 변호인의 주장이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두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지 검찰과 변호인단은 국내외 전문가 등 150여명을 증인으로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이들은 말레이시아법에 따라 최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