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424개 모든 동 '마을변호사' 운영... '법률 사랑방' 역할
전국 '무변촌' 1천 443곳에도 '자원' 변호사들 1천 800여명 활동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도 '마을변호사' 상담 가능... 전화 1345

 

 

[앵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끝나면 이혼 소송이 급증한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데요.

나만 좋은 명절이 아니라 함께 즐거운 명절이 되는 게 그렇게 힘든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혼 같은 걸로 변호사 찾는 일은 가급적 없어야겠지만, 살면서 법적인 자문이나 변호사 상담 같은 거 한 번 받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면서도, 괜히 부담스럽고 문턱이 높아보여 그냥 포기한 경험들 있으실 거 같은데요.

가까운 곳에서 무료로 상담 받을 수 있는 변호사들이 있습니다.

법률방송 현장기획, 이철규 기자가 ‘우리 동네 마을 변호사’를 소개해 드립니다.

[리포트]

“제가 교도소를 가는 건 아니죠?”

다급한 목소리와 표정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박모씨.

박씨는 얼마 전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적발, ‘삼진 아웃제’로 징역이라도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혼자 끙끙 앓기만 하던 박씨는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주민센터에 가면 변호사 상담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민 변호사 / 늘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사건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것은 거의 100% 가까운 확률로 재판 열린다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박모씨 / 서울 역삼동 ]

"처벌이 그러면 어느 정도나 나올까요?"

이어지는 변호사의 친절한 설명과 대처방법.

[이 민 변호사 / 늘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재판에서 우리가 양형 자료를 좀 제출을 해야 감형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반성문은 스스로 자필로 진심이 묻어나게 재판부에 호소할 수 있도록..."

변호사의 ‘우리’ 라는 말에 박씨는 왠지 신뢰가 가고 크게 의지가 됩니다.

[박모씨 / 서울 역삼동 ]

“뭔가 마음이 안심이 되고요, 반성문도 일단 성심성의껏 쓸 것 같고요, 탄원서 같은 경우도 최대한 많이....”

이 민 변호사는 서울 강남구 역삼1동에 소속된 우리 동네 ‘마을 변호사’입니다.

지난 2014년 83개 동을 시작으로 서울시 마을변호사는 지금은 서울시 424개 모든 동 주민센터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와 재능기부 차원에서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고 있는데, 이 민 변호사도 서울시 798명의 마을 변호사 가운데 한 명입니다.

[이 민 변호사 / 늘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마을공동체 입장에서 제가 약간의 시간만 할애를 하면 어떤 분들한테는 생각지도 못한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입장에서는 당연히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담 분야도 민사소송과 고소 고발 같은 형사사건, 주민 사이 소소한 다툼 등까지,

그야말로 서울시민의 법률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마을변호사를 만나시려면 거주지 주민센터를 찾아 신청만 하시면 됩니다.

[서상범 / 서울시 법률지원상담관]

“상당히 예상보다 호응이 좋으시고요, 이용해보신 분들은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저소득 시민들에 대한 법률복지 차원에서 접근해볼 계획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전국 변호사의 70%가 몰려있다 보니 ‘마을 변호사 저거 서울에나 있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 텐데요.

사실 마을 변호사 제도는 동네가 외지거나 자그마해 변호사가 없는 이른바 ‘무변촌’ 읍면 지역에서 지난 2013년 처음 도입됐습니다.

검사 출신, 법조 경력 36년의 김규헌 변호사.

황교안 전 국무총리, 박한철 전 헌재소장 등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서초동에서 변호사로 잘 나가고 있는 김 변호사는 틈만 나면 강원도 영월을 찾습니다.

마을 변호사 활동을 하기 위해섭니다.

영월은 군 전체에 변호사 사무실이 단 한 곳도 없는 무변촌, 지역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오지’ 중의 오지입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김 변호사가 시간을 쪼개 틈틈이 영월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영월은 김규헌 변호사의 고향입니다.

[김규헌 / QLEX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제가 태어난 곳에, 연고가 있는 지역에 뭔가 법률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제 스스로 찾고 있었고 변호사이기 때문에...”

오며 가며 들이는 시간도 만만치 않고 돈 되는 일도 아니지만, 김 변호사는 지난 2013년 마을 변호사 도입 첫 해부터 꾸준히 고향 주민들에게 무료 법률상담을 해오고 있습니다.

[김규헌 / QLEX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제가 그쪽 출신이다 보니 그런 정겨움이 가는지 몰라도 상담 건수도 꽤 됐고, 연도도 되면서 끊임없이 그분들과 접촉하고..."

김규헌 변호사처럼 고향에서, 또는 전국 1천 443곳 무변촌을 제2의 고향 삼아 마을 주민들에게 법률 도움을 주는 마을 변호사는 1천 800명이 넘습니다.

우리 동네 마을 변호사를 만나 상담을 받으려면 읍면동사무소에 전화 하거나 또는 포털 네이버 ‘마을 변호사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조영희 검사 / 법무부 법무과]

“그동안 읍·면 등 법률 소외지역의 주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는데요, 이 마을변호사 제도를 통해서 많은 국민들이 우리 마을에도 변호사가 있다, 이런 존재감만으로 든든함을 느끼고...”

국제결혼을 왔는데 남편한테 학대를 받는다든지 하는 외국인들에게도 마을 변호사 문은 열려 있습니다.

법무부가 운영하는 외국인 종합안내센터 1345로 전화하면 ‘외국인을 위한 마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국 15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200명 넘는 외국인 마을 변호사가 활동 중인데, 통역 지원을 통한 전화 상담은 물론 직접 대면 상담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불법 체류자도 신분을 보장 받으며 상담 받을 수 있어 임금을 떼이거나 한 경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 세상 살아가며 경찰서나 법원 같은 데 갈 일 없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부득이하게 그럴 일이 생기면, 바로 옆에, 우리 동네 ‘법조 도우미’ 마을 변호사가 있다는 거 알아 두시고 도움을 받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법률방송 이철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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