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최초 대학교 공안사건 ‘고려대 NH사건’
'내란음모’ 재심, 2심 재판부도 무죄 선고
재판장 "그동안 겪은 고통에 깊이 사죄 드린다"

 

 

‘오늘의 판결’, 재판정에서 판사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제가 사법부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이라며 판사석에서 일어나 사죄하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서울고법 형사4부 김문석 부장판사인데요. 오늘 선고한 사건은 1972년 10월유신 이후 첫 대학교 공안 사건인 이른바 ‘고려대 NH' 사건입니다.

당시 고려대 학생이던 함상근, 최기영씨 등이 ‘NH’라는 지하조직을 중심으로 민중 봉기를 일으켜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는, 지금 보면 황당하기까지 한 죄목으로 1974년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함씨 등은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와 폭행 등을 당했다”며 지난 2013년 12월 재심을 청구했고, 1심에 이어 오늘 항소심 법원도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내란 선동으로 인정되거나 폭력적인 행위를 선동했다고 볼 수 없다”며 “내란 음모죄는 국가의 존립을 위험하게 하는 경우 등에 한해서 축소해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제가 사법부를 대표한다는 인식은 없지만, 항소심 재판부로서 그동안 겪은 고통에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함씨 등을 향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런 따뜻하고 훈훈한 판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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