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헌 헌재 사무처장 "도의적 책임 느낀다" 오늘 자진 사퇴
청와대 “김이수 후보자 후임 관련 다른 조치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8인 체제'... '9인 체제'와 반대 수 같아도 결과는 달라져

 

 

[앵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 파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결 하루 만에 헌법재판소 사무와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처장이 사퇴했습니다.

김용헌 사무처장이죠. 오늘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하는데 내용도 형식도 어떻게 보면 상당히 극적이에요.

[기자] 네,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현재 정작 국내에 없고 세계헌법재판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에 있는데요. 김용헌 사무처장은 김이수 권한대행에게 전화로 사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고,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헌재 사무국 책임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는 것이 사퇴의 변입니다.

[앵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그렇고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도 그렇고 사실상은 청와대가 낙점을 한 건데, 헌재 사무처장이 일종의 유탄을 맞았네요. 청와대 반응은 더 나온 게있나요.

[기자] 네, 청와대는 어제 국회 인준안 부결에 대해 무책임의 극치다, 국민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한 거다, 라는 극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는데요.

오늘은 좀 시니컬한 반응을 내놨습니다. 청와대는 오늘 오전 헌재소장 이제 어떻게 할 거냐, 다른 누구 지명해야 하지 않냐는 등의 기자 질문에 ‘다른 조치는 현재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말했는데요.

한마디로 애써 지명한 후보 국회에서 부결시켰으니, 당분간은 아무런 조치도 안 하고 그냥 지금 이대로 가겠다, 뭐 이런 뜻인 듯합니다.

[앵커] 박한철 전 헌재소장 퇴임 이후 오늘까지 224일째 헌재소장이 공석이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공석 상태가 장기화될지 모르는데 헌재소장 이렇게 오랫동안 임명되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요.

[기자] 네, 일단 법적으로 보자면 헌법재판소법상 헌법재판소장은 헌재를 대표하고 헌재의 사무를 총괄하며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최고법인 헌법을 다루는 기관으로서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헌법수호기관이기 때문에, 이런 헌법기관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헌재소장의 국가의전 서열은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에 이어 4위로 국무총리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법적인 거고, 실제적으론 권한대행 상태에 있어도 직무를 수행하는 데는 사실 큰 지장이나 영향은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헌재가 온전한 ‘9인 체제’가 아니라 ‘8인 체제’라는 데 있습니다.

[앵커] 그게 왜 더 큰 문제인가요.

[기자] 네, 헌재 8인 체제도 헌재소장 공석 상태와 마찬가지로 8개월째 계속되고 있는데요.

헌재가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거나 헌법소원 사건을 인용하는 경우 재판관 7인 이상 출석, 6인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합니다.

찬성이 아닌 반대를 기준으로 보면 재판관이 9명일 때는 3명이 반대해도 인용이나 위헌 결정이 나는데, 8명 상황에선 3명이 반대하면 결정을 인용할 수 없습니다.

헌재 결정 취지가 재판관 한 명이 더 있고 없고에 따라 크게 왜곡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구조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사건 등 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청와대가 언제까지 저렇게 기분 나쁘다고 모르쇠로 가거나, 정치권이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상황은 아닌 듯하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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