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5개월 만에 구타 등 가혹행위로 자살... 군의문사위 진상 규명
90대 노모, 43년 지나 국방부에 '순직' 신청했다 거부되자 소송
엇갈린 1, 2심 판결, 대법원은 "각하"... 법조계 "형식논리 치우쳐"

 

 

[앵커] 선임병들의 구타와 학대를 견디다 못해 이등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LAW 인사이드', 법 논리와 상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대법원 판결 얘기 해보겠습니다. 김효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먼저 이 사건 내용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지난 1971년 21살 나이로 사망한 최모 이등병 이야기입니다. 1971년 1월 육군에 입대한 최씨가 자대 배치 직후부터 극심한 구타와 학대에 시달리다 같은 해 6월 자신의 배에 총기를 발사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입니다.

당시 군은 ‘가정환경 및 복무에 대한 염증’ 때문이라고 사실을 은폐했고, 진실은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난 2009년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구타, 가혹행위, 학대, 지휘관 등의 관리 소홀이 원인인 사건이다” 이렇게 전모가 밝혀졌습니다.

의문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씨는 매일 밤 이유 없이 몽둥이와 곡괭이 등으로 얻어맞아 피고름이 엉겨 붙어 속옷을 벗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앵커] 그 어머니는 그렇게 원통하게 아들을 잃고 수십년 세월을 어떻게 견뎌냈을지 짐작도 안 가는데, 소송은 어떻게 이뤄지게 된 건가요.

[기자] 네, 아들이 가정 형편 등을 비관해 죽은 게 아니라는 게 밝혀진 뒤 어머니 지모씨는 2014년 국방부에 아들이 군의 잘못으로 인해 죽은 것이니 순직으로 인정해 달라는 ‘사망 구분 재심사’를 요청했는데요.

국방부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는 ‘순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는 통보를 했고, 이에 불복해 아흔 살이 넘은 지씨가 지난 2015년 국방부 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낸 겁니다.

[앵커] 90대 노모의 원통하게 숨진 아들의 순직을 인정해달라는 소송, 법원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1, 2심 재판부는 각각 다른 판결을 내렸는데요. 결론만 말씀드리면 1심은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고, 2심은 순직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망인의 사망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관련한 구타, 폭언, 가혹행위 또는 업무 과중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따라서 공무상 재해에 따른 죽음, 즉 순직이라는 것이 2심 판단이었습니다.

[앵커] 오늘 대법원 판결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대법원은 오늘 이 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앵커] 각하요.

[기자] 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주장에 대한 판단 자체를 하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종결하는 결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순직인지 아닌지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게 오늘 대법원 판결 요지입니다.

[앵커] 재판 쟁점과 각하 결정이 나온 구체적인 판결 사유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재판 핵심 쟁점은 국방부 위원회 결정이 ‘행정처분’ 인지 아닌지 인데요.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쉽게 말하면, 국방부 위원회 의결사항은 보훈처 등이 순직 여부를 결정하는 데 ‘참고자료’ 일 뿐이지 그 자체가 구속력을 갖는 ‘행정처분’이 아니다, 따라서 단순 참고자료에 불과한 국방부 위원회 결정은 행정소송의 대상 자체가 못 되기 때문에 소송을 종결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즉, 순직 인정 여부 자체를 판단하지 않고, 재판 자체를 그냥 종결해 버린 겁니다.

[앵커] 이런 건 반응을 물어보기도 참 그런데, 어머니 지씨나 지씨 변호인은 어떻게 한다고 하던가요.

[기자] 항소심에서 이기고 아들의 죽음 이후 46년 만에 순직으로 최종 인정받나 했던 아흔 넘은 노모의 망연자실함이야 뭐 더 말할 수도 없을 것 같구요.

법조계 일각에선 국방부 위원회 결정이 사실상 보훈처 등의 관계 기관에서 순직 여부를 결정하는데 구속력을 가지고 있는데, 순직을 직접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각하 결정을 내린 건 너무 형식논리에 치우친 판결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일단 각하 결정을 내린 이상 이제 법적으로 소송을 통해 뭘 어떻게 더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소송을 대리한 하주희 변호사는 국방부 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다시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뭐... 국방부도 그렇고 대법원도 그렇고... 뭐라고 코멘트를 할 말이 없네요. 국방부 위원회 재심 결과 지켜봐야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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