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까지 2천 200세대 아파트 부지가 ‘허허벌판’... 시행사 분쟁으로 사업 멈춰
DSD삼호 소유 부지, 등기 다음날 129명에 지분 이전... 검찰, 명의신탁 등 수사

 

 

[앵커]

70평 남짓한 땅에 지분 소유자만 120명이 넘는, 그것도 지분 이전이 한 날 한 시에 이뤄진 희한한 땅이 있습니다.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 건축 개발부지 얘기인데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현장기획, 부동산 개발 사업이 복마전이라 해도 이런 경우도 있는지, 정순영 기자의 리포트 보시고,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리포트]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식사2개발지구 2블럭입니다.

전체 22만 7천㎡ 부지에 내년 초까지 2천 200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계획이었지만, 아파트 분양은커녕 기초 공사도 안돼 있고 사업 부지는 여전히 허허벌판입니다.

시행사들 간에 분쟁이 생기며 사업이 몇 년 동안 사실상 멈춰선 겁니다.

발단은 조합 설립과 조합원 자격을 둘러싼 갈등.

일단 사업은 지난 2004년 신안건설산업이 원래 이 지역에 갖고 있던 사업 부지에서 시작했습니다.

이후 DSD삼호라는 회사가 들어오며 덩치를 키워 사업 부지는 현재의 22만 7천㎡까지 확대됐습니다.

현재 사업부지 소유권은 신안이 5만 7천㎡, 삼호가 8만 4천㎡, 그리고 개인 토지주 등이 나머지 8만 6천㎡ 정도를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인 토지주 등이 설립한 도시개발사업조합.

DSD삼호 측은 이번 갈등이 단순히 시공권 갈등이라고 밝혔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양측의 주장은 전혀 다릅니다.

해당 공사 부지에 포함돼 있는 식사동 587의 14번지 등기부 등본을 떼 봤습니다. 무려 32페이지나 됩니다.

일단 전체 소유권은 삼호가 2008년 9월 18일자로 넘겨받아 등기를 완료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그 다음 소유권 일부 이전, 등기를 마친 바로 다음 날, 삼호는 129명에 대해 한 날 한 시에 지분 일부를 이전했습니다.

지분 매매금액은 263만원이 채 안 됩니다.

해당 번지 면적은 242㎡, 평수로 하면 73평밖에 안 되는 땅을 129명이 같은 날 쪼개서 나눠 가진 겁니다.

한 사람당 평균 0.56평 정도입니다.

지분 매수인들의 주소는 경기도는 물론 서울, 인천, 충청남북도, 전라도 등 전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지분 거래가 이뤄진 날짜나 매수 면적 등을 보면 정상적인 지분 거래로 보기 힘든 ‘희한한’ 거래입니다.

587의 12번지만 그런 게 아닙니다. 같은 지구 내 식사동 634의 6번지도 마찬가집니다.

168㎡밖에 안 되는 대지에 2006년 12월 14일 한 날 한 시, 112명에 대해 동시에 지분 이전이 이뤄졌습니다.

한 사람당 반 평이 채 안 되는 소유권 이전입니다.

어떻게 이런 거래가 이뤄졌는지 삼호 측 답변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했지만 이렇다 할 설명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DSD삼호 관계자]

“총무부장님께서 하시는데 왜 이쪽으로 연결해 주셨지?”

[DSD삼호 관계자]

“옆에 팀이라 잘 모르겠는데 메모 남겨주시면 연락드리라고 할게요.”

신안 측은 가짜로 조합원 수를 늘리기 위한 전형적인 이른바 ‘지분 쪼개기’ 라고 주장합니다.

삼호가 이런 식으로 조합을 장악한 뒤 전횡을 일삼아 사업이 좌초되면서, 이자 비용 등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신안 측의 주장입니다.

[이광희 총무부장 / 신안건설산업]

“저희가 문제 삼는 것은 그런 공유지분자들을 만들어놨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공유지분권자들이 과연 진짜 소유자냐, 아니면 삼호라는 회사 직원들을 동원해 만들어낸 명의신탁 조합원이냐의 문젭니다. 이분들이 실질적인 소유주가 아니라...”

조합 인가를 내준 고양시청 측도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난감한 기색입니다.

[고양시청 관계자]

“저희는 행정기관이지 수사기관이 아니잖아요. 그게 만약에 이게 약간 의심이 된다고 해서 저희가 수사권한이 있어서 수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합 측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식사2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 관계자]

“어느 XX놈들이 그런 소리를 해요. 제가 조합장인데 제가 삼호 사람입니까? 저를 아십니까?”

신안 측은 DSD삼호 회장 외 6명을 부동산실명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입니다.

[우경선 회장 / 신안건설산업]

“이런 식의 장난을 하는 것을 이제까지 딴 데 가선 통했겠죠. 전 22년 전 산 땅입니다. 전 안 놀아나죠.”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대립되는 가운데 검찰은 불법 명의신탁 등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사를 통해 등기부상 공유지분권자들이 명의만 빌려준 명의수탁자로 확인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법률방송 정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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