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 부스마다 최첨단 기술 ‘자랑’
수사관·학자 등 회원 1천 200여명... 최신 연구 성과 공유
문무일 검찰총장 개회사 "한국 검찰도 수사 패러다임 전환"

[앵커]

범죄 현장에서 용의자를 가려내고 범인임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DNA 감식,

과학수사의 총아라 할 수 있는 DNA 감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법유전학회’ 총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국제 법유전학회 총회가 아시아에서 열린 자체가 이번이 처음인데, 법률방송 현장기획, 정순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동서양의 교류’를 주제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 열린 국제 법유전학회 총회.

세미나 장에선 DNA 감식 최첨단 기술에 대한 발표와 열띤 토론, 질의, 답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타샤 알로라 박사 / 말레이시아 KINIA 연구소]

"최근의 연구가 제시하는 바에 따르면 혈액보다 피부 등에서 더욱 많은 박테리아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DNA 감식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현란한 전시물들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잡아끕니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이나 관람객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건 전시장 부스마다 마련된 최첨단 DNA 감식 장치.

이 부스에서는 범죄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의 체액을 분석할 수 있는 키트를 볼 수 있습니다.

즉석 임신 테스트기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인 이 키트는 현장에 남아 있는 액체가 사람의 것인지, 범죄와 상관없는 그냥 물 같은 것인지, 아니면 동물의 것인지 등을 즉석에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혈액인지 정액인지, 소변인지 타액인지도 현장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필요한 증거를 현장에서 바로 분석하고 저장이 가능하게 하는 최첨단 DNA 감식 장비입니다.

[칼 레이치 CSO / 미국 시카고 인디펜던트 포렌식]

“우리가 개발한 각각의 테스트는 기존의 테스트보다 (DNA 감식이라는) 특별한 목적에 맞춰 진일보한 기술입니다.”

 

또 다른 부스에 전시돼 있는 DNA 분석 장치.

일일이 DNA를 추출하고 희석하는 등 사람 손이 많이 가던 기존 DNA 검사 방식을 탈피해 그 어떤 DNA 검사 과정도 전자동으로 이뤄집니다.

편의성 향상은 물론 자칫 이물질이나 오차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입니다.

[케빈 밀러 박사 / 미국 해밀턴 컴퍼니]

“국제 법유전학회에 참여하는 것은 범죄 과학수사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DNA 포렌식 분야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총회에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1968년 창립한 국제 법유전학회는 미국 FBI나 우리나라 대검찰청 같은 전 세계 60개국의 주요 수사기관 수사관과 학자, 연구원 등 회원이 1천 200여 명입니다.

DNA 감식 분야 세계 최고 권위를 바탕으로, DNA 감식 기술의 토대와 과학수사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년마다 열리는 총회는 DNA 과학수사 관련 세계 각국의 최신 연구 성과와 연구 동향 등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DNA 몽타주 작성 기술’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 등 최신 연구 및 기술 동향 소개와 함께, 국제실종자위원회의 ‘DNA 감식을 통한 인권과 정의’ 등 관련 발표와 토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66개국 70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557편의 논문 초록을 접수했고, 64편을 구두 발표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혜현 보건연구관 / 대검찰청 과학수사2과]

“DNA 감식이 일반 형사사건에서 범인을 가려내는 역할도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대량 재난사고에서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억울한 누명을 쓴 범죄자들의 무죄를 밝혀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소개하는 내용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이후 검찰과 경찰에 구축된 DNA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5천 건 넘는 미제사건을 해결했습니다.

또, DNA 감식을 통해 진범을 찾아 무고한 피의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등, 과학수사는 정의와 인권 실현에도 혁혁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번 총회 개회사를 통해 “대한민국 검찰도 이번 총회 성과를 바탕으로 진술 증거 위주의 전통적 수사방식으로부터 DNA 감식 등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수사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국제 법유전학회 총회는 오는 토요일까지 열립니다.

‘동서양의 조화’를 주제로 열린 제27회 국제 법유전학회 총회.

이번 행사를 계기로 DNA 수사가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과학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제고하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법률방송 정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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