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391개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 정치중립 의무 정면 위반"
"국가기관이 이처럼 장기간·조직적으로 선거에 관여한 전례 없다"
법조계 "검찰, 이명박 전 대통령 인지·보고·지시 여부 수사 나설 듯

 

 

[앵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고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이슈 플러스’, 정순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 기자, 먼저 지난 4년 동안의 재판, 일지로 좀 간략하게 정리해 볼까요.

[기자] 네, 18대 대선을 불과 8일 앞뒀던 지난 2012년 12월 11일, 이른바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으로 프레이밍된 국정원 댓글 사건 의혹이 터집니다.

경찰은 대선을 사흘 앞둔 2012년 12월 16일 밤 “국정원 여직원 댓글 관련 흔적 발견 못했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대선은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납니다.

이후 이런저런 의혹 제기가 이어졌고, 민주당은 2013년 4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일주일 뒤 윤석열 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꾸려지고, 같은 해 6월 특별수사팀은 원 전 원장을 불기속 기소합니다.

7월 8일부터 재판이 시작됐는데, 재판 와중에 검찰 수사의 바람막이를 자처했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이른바 ‘혼외자’ 의혹이 불거졌고, 채 총장은 9월 13일 사퇴합니다.

그 한 달 뒤 윤석열 팀장이 업무에서 배제되고, 검찰은 일종의 자중지란에 빠져듭니다.

[앵커] 파란만장하네요. 이후 재판은 어떻게 진행이 됐죠.

[기자] 지난 2014년 9월, 1심 재판부는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합니다.

반면 2015년 2월 항소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7월 검찰이 제출한 일부 증거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아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원심이 다시 판단해 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합니다.

이후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은 2년 동안 25차례의 공판을 거듭하며, 어떻게 보면 좀 지지부진하게 진행됩니다.

[앵커] 최근 들어 좀 변화가 있지 않았나요.

[기자] 네, 정권이 바뀐 때문인데요. 일단 구속 상태였던 원 전 원장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후인 지난 2015년 10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아왔구요.

검찰은 지난 7월 24일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이후,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넘겨받은 자료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증거로 제출하며 재판부에 변론 재개를 신청했는데요.

재판부는 검찰의 변론 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대로 오늘 선고를 했습니다.

[앵커] 결과적으로 보면 재판부가 이미 유죄 판단을 내려놓아서, 추가 증거 채택이 필요없다고 판단을 했던 모양새인데, 오늘 유죄 판단 근거를 간략하게 좀 전해주시죠

[기자] 네, ‘시큐리티’와 ‘4.25 지논’ 이라는 이름을 가진 파일이 있는데요.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 직원의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입니다.

애초 2심은 이 파일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유죄를 선고했는데요.

대법원은 이 파일들이 누가 생산한 건지 명확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파일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겁니다.

오늘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일단 이 파일들에 대해선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대선 개입에 대해서도 유죄 판단을 한 건 앞서 전해드린 대로 트위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391개 트위터 계정을 증거로 인정했는데요.

이 트위터 계정에서 드러난, 2012년 8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올린 정치 관련 글들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건데요.

즉, 선거 국면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올리는 건 선거운동으로 충분히 인정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앵커] 일단 원세훈 전 원장을 잡아놓은 검찰, 이제 어디로 향할까요. 제일 큰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이명박 전 대통령에까지 검찰 수사가 미칠 것인가 하는 것 아닐까 싶은데 어떤가요.

[기자] 네, 검찰은 국정원 적폐청산 TF로부터 국정원 댓글, 대선 개입 등과 관련된 상당한 내부자료를 넘겨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압수수색을 하고 관련자를 소환 조사하는 등 아주 빠르게 재수사를 전개하고 있는데요.

이른바 ‘순차적 공모관계’라고 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련 사실을 인지했는지 보고받았는지, 나아가 지시했는지 등, 검찰 칼끝의 종착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앵커] 네, 기소나 처벌 여부를 떠나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면,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검찰청사로 나가게 되는 거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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