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신분열증세 24세 남성,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기소
범행 미수 자의냐 타의냐, 치료 방법 등 놓고 열띤 공방
배심원 만장일치, 재판부 "징역 2년6개월 치료감호" 선고

 

 

[앵커] ‘조현병’이라고 일종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2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은행에 들어가 돈을 내놓으라고 횡설수설하며 은행직원들을 협박하다 돈은 못 챙기고 그냥 나갔습니다.

어찌됐든 은행털이 미수인데, 국민참여재판이 열렸습니다. ‘LAW 인사이드', 석대성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석 기자, 사건 개요부터 간략히 전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 4월 5일 오후 2시 20분쯤 서울 청담동의 한 은행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조현병, 즉, 정신분열증세가 있는 24살 권모씨가 은행에서 돈을 내놓으라며 부엌칼로 창구 직원을 위협하고 창구를 넘어가는 등 이런저런 행패를 부리다가 은행 직원이 시간을 끌며 돈을 주지 않자 그냥 은행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이후 권씨는 다시 은행에 들어왔고요.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후 특수강도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앵커] 은행털이 미수범이 정신질환자라는 것도 그렇고, 그냥 나간 것도 그렇고, 다시 돌아온 것도 그렇고, 뭔가 사건이 특이하긴 한데, 재판 쟁점이 그래서 뭐였나요.

[기자] 네, 일단 권씨가 은행털이 미수라는 데는 법적 다툼이 없습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먼저 권씨가 돈을 안 받고 혹은 못 받고 은행을 떠난 게 자의로 범행을 중지하고 나간 건지, 아니면 어쩔 수 없어서 은행을 이탈한 건지, 이 부분이 하나 있고요.

다른 하나는 형량과 관계된 건데 권씨를 처벌하면서 강제적으로 치료를 받게 하느냐,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게 하느냐입니다.

[앵커] 복잡하네요. 먼저 돈을 못 챙기고 은행을 떠난 것부터 보면, 어떤 점이 쟁점이 된 건가요.

[기자] 네, 특수강도미수에는 ‘장애미수’와 ‘중지미수’가 있는데요. 먼저 형법 제25조 ‘장애미수’는 범행을 시작했는데 곤란한 사정이 생겨 범행을 마치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즉, 본인의 의사가 아니라 외적인 사정으로 범행을 중지한 걸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호프집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손님이 들어오자 도망간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중지미수는 본인 스스로 그만둔 것, 그러니까 성폭행을 하려다 ‘내가 뭐 하고 있나, 이러면 안되지’하면서 그냥 그만둔 경우를 말합니다.

권씨의 경우 ‘중지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라는 게 배심원단의 일치된 의견이고 재판부도 이를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권씨가 범행을 가로막는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 본인이 스스로 그만둔 게 아니라 외적인 요인으로 어쩔 수 없어서 그만둔 거란 판단인데, 어떤 점을 근거로 그런 판단을 내린 건가요.

[기자] 네, 권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내가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나중에 후회하겠구나 싶어서 은행을 떠났다”는 검찰 진술을 바탕으로 중지미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권씨가 은행 직원들이 돈을 안 주고 시간을 끄니까 어쩔 수 없이 은행을 떠나 도망한 것이다”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배심원단은 검찰 주장을 수용했고요. 그러니까 권씨가 스스로 범행을 멈춘 건 아니라는 판단한 겁니다.

[앵커] 그래서 형량이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특수강도는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어쨌든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미수인 점을 고려해 징역 2년 6개월에 치료감호를 함께 선고했습니다.

[앵커] 앞서 재판 쟁점 가운데 하나가 형량이라고 했는데, 집행유예가 아니라 실형을 선고했네요.

[기자] 네, 이 부분은 권씨에게 ‘치료감호’를 적용하느냐, ‘치료조건부 집행유예’를 적용하느냐와 연관됩니다.

쉽게 말해 ‘치료감호’는 심신장애 등의 문제가 있는 범죄자를 일정 시설에 유치해 놓고 강제적으로 치료를 받게 하는 거고요.

‘치료조건부 집행유예’는 집행유예 기간 신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검찰은 “조현증을 앓고 있는 권씨가 이전에도 아무 이유 없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대생의 엉덩이를 만져 성추행한 경험이 있고, 이번 사건과 똑같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볼 수도 있다”며 “치료감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배심원단과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고 실형을 선고하며 치료감호를 함께 선고했습니다.

[앵커]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 일단 가둬놓고 치료해 보자는 취지인 거 같은데, 가족들은 참 속이 타겠네요. 드문 사건 뒷얘기, 잘 들었습니다. 석대성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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