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전파연구원 인증 EMC, '인체' 전자파 차단과 아무 상관 없어
소비자 기만하는 허위·과장 광고 넘쳐나... "통합 인증제도 시급"

 

 

[앵커]

온갖 전기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2급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고 하는데요.

소비자들의 관심이 워낙 크다 보니 전기제품을 만들어 파는 업체마다 이런저런 전자파 인증을 통과했다며 인체에 무해하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업체들이 이렇게 너도나도 광고하고 있는 이런저런 전자파 인증, 과연 신빙성이 있는 걸까요.

실제는 하나도 근거가 없다고 하는데, 법률방송 현장기획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정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내 한 홈쇼핑의 전기매트 광고입니다.

“안쪽에 들어가 있는 EMF 인증으로 여러분, 걱정 안하셔도 돼요. 전자파 걱정. 이미 다른데요, 열을 전달해 주는 방식이 다른데요.“

EMF 인증, 뭔진 몰라도 이른바 ‘쇼핑 호스트’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전자파 차단 ‘공인’을 받아 전자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또 다른 전기매트 광고도 ‘EMF 적합 시험 완료’ 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자파 차단 기능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전기매트 제품만 전자파 차단 기능을 광고하는 게 아닙니다.

EMF 인증을 받았다는 의료기 제작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온열매트부터 EMI라는 유해 전자파 검사를 통과해 전자파를 차단했다는 찜질기,

EMI 필터를 장착해 ‘전자파 걱정 이제 끝’ 이라는 런닝머신 광고까지,

전기를 쓰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엔 EMF나 EMI 인증을 받아 전자파를 차단했다는 광고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전자파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제품 하나를 고르더라도 전자파 차단 인증이 완료된 제품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수인 시대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업체들이 전자파 차단 공인 인증이라며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EMF나 EMI 인증은 과연 어떤 인증일까.

일단 EMI와 EMS라 불리는 인증을 합쳐 EMC 인증이라고 하는데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인증해 줍니다.

EMC는 Electro Magnetic Compatibility, 번역하면 ‘전자기장 적합성’ 이라는 뜻으로 전자 제품과 제품 사이 전자기장 간섭으로 인한 영향 정도에 관한 인증입니다.

쉽게 말해, 전자제품 사용 시 발생하는 전자기장이 다른 전자제품에 미치는 영향 정도,

예를 들어 텔레비전과 PC를 함께 사용했을 때 텔레비전과 PC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이 서로 영향을 미쳐 텔레비전이나 PC가 장애를 일으키지는 않는지 등에 대한 인증입니다.

즉, 전자기장에 따른 제품 성능에 대한 인증이지 '인체'에 대한 전자파 차단 인증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인증입니다.

[이종일 주무관 / 국립전파연구원]

“개념이 좀 다른 거죠. 그 부분은 ‘기술 기준에 만족한다’ 라는 의미에서 인증을 받는 거고요. 아까 말한 것처럼 그 제품 자체가 전자파를 차단해 준다는 의미와는 다릅니다.”

업체들이 전자파 차단의 보증수표처럼 내세우는 EMF 인증의 경우 정부 공인 인증도 아닌 일개 사설 기관의 인증입니다.

인증서를 발행해주는 기관 스스로 인체 전자파 차단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권구왕 과장 / 한국전파진흥협회 시험인증원]

“전자기장이요. 전자기장 환경 인증이거든요. 전기파 차단이라고 하는 건 아닌 거죠. 차단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고/ 저희는 전자파라고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한 마디로 홈쇼핑 등에서 업체들이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는 EMI니 EMC니 EMF니 하는 인증들이 실제론 전자파 차단과는 이렇다 할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홈쇼핑 관계자]

“인증은 아마 상품을 저희 쪽에 납품하는 업체에서 받아와서 이쪽 부분을 강조했을 테고 저희가 이 부분에 대해 적법성 여부를 판단했을 겁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홈쇼핑이나 인터넷엔 EMI니 EMF 인증이니 하며 전자파를 차단했다는 허위, 과장 광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속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세희 / 서울 쌍문동] 
“기준은 없고요. 확인해 본 적은 없어요. 전자제품 살 때 예쁘면 사고 그랬어요.”

[김기연 / 서울 송파동]
“정확하게 믿을 수 있는 검증된 기관에서 검사를 해서 확실하게 국민들에게 공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2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전자파.

업체마다 전자파 차단 인증을 통과해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하지만 실제 정말 그런지 알 수 없는 온갖 전자제품들.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는, 그리고 통합적인, 전자파 관련 인증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정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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