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법무검찰개혁위원 4명 민변 출신
지평 출신 변호사들도 잇달아 '중책' 맡아... "가치·철학 공유" 文의 용인술

 

 

[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 지명자를 이번주 말이나 다음주 초 발표할 거란 예상입니다.

관련해서 ‘이슈 플러스’, 문재인 대통령의 법조계 인사 스타일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요약하면 민변, 법무법인 지평의 약진입니다.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장 기자, 우선 대법원장 선임 얘기부터 해볼까요. 신임 대법원장으로 박시환 전 대법관이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본인이 고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기자] 네. 박시환 전 대법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중학교 1년 후배에, 사법연수원은 12기로 동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문 대통령과 함께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으로 활동한 인연이 있는데요. 이듬해인 2005년 대법관에 임명됐습니다.

박 전 대법관은 법원 내 비판적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습니다. 지난 1998년과 2003년, 대법원장과 대법관 인선에 반대해 판사 연판장을 돌리는 등 이른바 ‘2차 사법파동’과 ‘4차 사법파동’, 당대 두 차례에 걸친 사법파동의 주역이었던 개혁 성향 법조인입니다.

[앵커] 문 대통령과의 인연이나 평소 성향을 보면, 법원 개혁이 화두인 지금 적임자일 거 같은데, 그런데 왜 대법원장 직을 고사하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문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는 관측부터,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명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장 직을 맡지 않겠다’는 본인 의지가 아주 확고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박시환 전 대법관이 끝까지 고사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는 다음달 24일까지인데요. 신입 대법원장의 인사청문 일정 등을 감안하면 18일쯤에는 지명자가 발표돼야 한다는 타임 스케줄이 나옵니다. 실제 양승태 대법원장과 전임 이용훈 대법원장도 각각 2011년과 2005년 8월 18일 지명됐습니다.

박 전 대법관 대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전수안 전 대법관인데요. 박 전 대법관과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대법관에 임명됐습니다. 대법원장에 지명되면 여성 최초의 대법원장이이라는 상징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전수안 전 대법관도 최근 자신의 SNS에 “박시환 전 대법관이 이 시점에서 대법원장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라며, 자신은 대법원장 직이 오더라도 고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앵커] 가장 유력한 대법원장 후보 두 사람이 나는 안 맡겠다, 또는 못 맡겠다, 이러는 형국이네요.

[기자] 네, 그래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변 회장 출신 김선수 변호사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는데요.

김선수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 수석을 하고도 판검사를 안 하고 조영래 변호사 사무실 들어가서 이후 평생 노동·인권 변호사 길을 걸어온 대표적인 진보 법조인입니다.

김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한변협 추천으로 대법관 후보에 추천되기도 했지만 선임되지는 못했습니다.

[앵커] 민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문재인 정부 들어 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크게 중용되고 있죠.

[기자] 네, 당장 지난 9일 출범한 법무부 법무·검찰위원회만 봐도 김남준, 김진 변호사 그리고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 차정인 부산대 교수 등 민변 출신들이 대거 합류했는데요.

김남준 변호사의 경우 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장을, 김진 변호사는 민변 사무차장과 여성인권위원장을 지냈을 정도로 민변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인물들입니다.

[앵커] 이게 다가 아니죠.

[기자] 네,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검찰위원회 발족식 전날인 8일, 한 자리가 비어있던 헌법재판관 후보에 사법연수원 23기 이유정 변호사를 지명했는데요.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출신으로, 참여정부 당시 법무부 가족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위원을 지냈구요, 지난 2007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낸 진보 성향 법조인입니다.

서울대 법대와 남성 법관으로 대표되는 헌재 재판관에 여대를 나온 민변 출신 변호사가 지명된 것은 사상 최초로, 어느 모로 봐도 파격을 넘어선 인사라는 평가입니다.

[앵커] 이유정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 보니까 남편이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인데, 지평 출신 인사들도 문재인 정부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네, 말씀하신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앞서 전해드린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습니다. 그러니까 남편은 검찰 개혁의 밑그림을, 부인은 헌법과 인권 수호의 보루인 헌법재판관이라는 중책을 동시에 맡는 아주 드문 풍경이 펼쳐졌구요.

지평 출신들을 더 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 등을 논의할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에 대법관을 지낸 김지형 지평 대표변호사가 선임돼, 대한민국 미래 원전 방향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될 중책을 맡았습니다.

또 검사 출신으로는 근 40년 만에 관세청장으로 발탁된 김영문 변호사도 법무법인 지평 출신입니다.

김영문 변호사도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는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요직에 발탁된 법조 인사 상당수가 문 대통령과 과거 이런저런 인연이 있다면 있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앵커] 검찰 개혁의 밑그림을 그릴 법무·검찰개혁위원회부터 헌법재판소, 원자력 공론화위원회, 관세청까지, 민변과 지평의 전성시대는 전성시대인데,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민변 부산지부 창립 멤버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경험, 그리고 지평이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이었던 강금실 전 장관이 주축이 돼 설립된 법무법인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네요.

어찌됐든 아는 사람,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을 쓰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용인술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관심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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