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같은 층 50대 여성과 마찰... "강아지 혼내주러 갔다"
검찰 "강아지 원한으로 15층 아파트 아래로 여성 던지려 했다" 기소
배심원 8대 1로 '무죄' 평결... 법원 "검찰 증거만으로 혐의 안 밝혀져

 

 

[앵커] 이웃집 강아지가 하도 짖어대서 화가 나 강아지를 혼내주러 갔다가 살인미수범으로 몰려 기소된, 어떻게 보면 기구한 한 40대 조선족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이슈 플러스’ 이철규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일단 이번 사건 개요 먼저 설명을 해주시죠.

[기자] 네,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4월 19일 오후 5시쯤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인데요.

이 아파트는 지금은 드문, 여러 세대가 한 층에 연이어 살고 있는 복도식 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 15층에 사는 40대 조선족 박모씨가 같은 층에 사는 59살 여성 송모씨를 복도에서 들어서 난간 바깥으로 던지려 했다는, 즉 던져서 죽이려 했다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앵커] 이웃을 15층에서 들어서 던지려 했다고요, 뭣 때문에 그랬다는 건가요.

[기자] 네, 사건의 발단은 송씨가 기르던 강아지입니다. (강아지요?)

네, 사연이 긴데 요약하면 박씨가 송씨가 기르던 강아지에 정강이를 물렸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이웃 간에 송사가 벌어졌고, 이후에도 서로 때렸네 마네 하며 경찰에 신고를 하는 등 이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웬수’가 됐습니다.

[앵커] 아무리 서로 원수라고 하더라도 검찰이 살인미수로 기소를 했을 정도면 뭔가 근거가 있었을 텐데, 어떤 건가요.

[기자] 네, 박씨가 송씨를 들어서 던지려고 할 때 송씨가 ‘사람 살려’ 라고 고함을 있는 대로 질렀고, 마침 이 장면을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고3 학생이 보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이 고등학생의 진술과 박씨가 송씨 집 문을 두드리고 문 뒤 복도 쪽으로 숨어 있었던 점,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감추려 한 점, 평소 만나기만 하면 싸운 점 등을 감안해 박씨가 송씨 강아지에 대한 원한으로 송씨를 죽이려 했다, 이런 내용으로 기소했습니다.

[앵커] 박씨 입장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박씨의 주장은 강아지가 그날도 하도 짖어대서 강아지를 발길질하러 송씨 집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당시 송씨 집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고 하는데요, 문을 두드리면 강아지가 나올 것으로 생각해 문 뒤에 숨어 있다 강아지가 나오면 발길질을 하려고 했는데 나오라는 강아지는 안 나오고 송씨가 나왔고, 이에 박씨는 송씨를 밀고 들어가 강아지를 발로 차려 했는데 이 과정에 송씨가 넘어졌고, 주저앉은 송씨를 일으켜 세우려는 과정에 송씨가 갑자기 ‘사람 살려’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마침 이 장면을 고등학생이 목격해 억울하게 살인미수범으로 몰렸다는 겁니다.

[앵커]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고 하는데,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어제(9일) 오후 늦게 선고가 나왔는데요. 배심원 8 대 1 평결로 무죄가 나왔고, 재판부가 이를 수용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 제시 증거들만으로 합리적 의심 없이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박씨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박모씨]

"마음이 확 풀리지요. 마음에 엄청 쌓여있던, 거짓말 하는 그X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데요, 내가 그 안(구치소)에서 속 터지는 줄 알았어요."

[앵커] 어떤 점이 무죄 선고 근거가 됐나요

[기자] 네, 박씨는 간질을 앓고 있는 4급 장애인으로 몸이 매우 허약하다고 합니다. 애초에 송씨를 들어서 던질만한 힘 자체가 없다는 박씨 변호인 주장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졌구요.

여기에 조선족 출신으로 한국말이 어눌한 박씨가 초기 수사단계에서 제대로 된 의사표현이나 진술을 하지 못한 점도 참작됐습니다.

[앵커] 박씨 입장에선 어디다 말도 못하고 정말 참 억울했겠네요. 그나저나 층간 소음이나 애완견 갈등 문제, 참 답이 없어 보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