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처진 소상공인들 "의도는 좋다, 하지만 왜 서민경제만 더 힘들게 하나"

복세훈 뉴스본부 인턴기자

“사회 현실을 고려했다면 선물용 꽃 화분을 5만원으로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3·5·10만원 규정’은 현실과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입니다.”

지난달 말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만난 조창연 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원연합회 회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김영란법은 한 달 동안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더치페이는 손이 부끄럽지 않은 일이 되었고,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에 늘어섰던 화환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런 변화에 우리는 점차 적응해가고 있는 듯하다. 저녁 약속이 줄면서 자기계발, 공연 관람 등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과 함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그 중에서도 화훼업계와 외식산업 등 종사자들의 신음소리는 커져가고 있다. 화훼업계의 매출은 반토막이 났고, 고가 한정식집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며 폐업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16년 3/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한정식집(62.33p)과 해산물 전문점(63.21p), 행사·이벤트용 출장음식서비스업종(63.71p)은 연말까지도 전년 대비 경기가 어두울 것으로 전망됐다.

화훼업계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전년 동기 대비 공판장 경매물량이 26.9%, 거래액은 11.7%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특히 경조사 화환 및 선물용 난 소비가 급감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꽃다발 -40%, 화환 -35.5%, 난 -47.1% 등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꽃 사는 것이 생활화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졸업식, 결혼식 등 주로 특별한 날에 꽃을 산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이런 소비행태를 바꿔본다는 취지로 농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8월부터 ‘원테이블-원플라워(1T1F)’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은 회의적이었다. “인건비, 유통비를 빼면 1T1F 캠페인도 매출 증진에 큰 도움이 안된다”며 “김영란법이 계속 다듬어지고 있다지만 시간이 더 늦춰진다면 화훼산업은 재기 불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률방송뉴스' 창간특집 취재를 위해 찾았던 우리 주변의 생활현장, 서초동 법조타운과 여의도 인사동의 음식점가, 양재동 화훼공판장, 강남북의 결혼식장 등에서 만난 사람들은 김영란법에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김영란법의 의도는 인정한다, 하지만 엉뚱하게 서민경제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현실을 반영한 신속하고 구체적인 개정작업이 이뤄져야, 김영란법은 그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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