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에게 질책 받아... 정유라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 들은 것은 처음이어서 당황했다" "합병은 제가 지식도 없고... 미전실에서 알아서 다 한 일"
[앵커]
삼성 뇌물 관련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습니다.
삼성이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글로벌 기업 총수의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진술.
먼저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세간의 관심을 반영하듯 서울중앙지법엔 이재용 부회장 재판을 보기 위해 방청객들의 긴 줄이 늘어서는 드문 풍경이 연출됐습니다.
뜨거운 관심과 뜨거운 신문 내용이 무색하게 이 부회장 답변은 싱거우리만치 간단했습니다.
모른다. 세 글자로 요약됩니다.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바라고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지원, 그러니까 뇌물을 줬다는 내용이 주입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우선 정유라가 누구인지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승마 지원을 제대로 하라는 질책을 받고 정유라 지원이라는 의미로 생각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이 부회장은 “그렇게 생각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순실이나 정유라의 존재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질책을 받았는지 몰랐다는 말입니다.
관련해서 이 부회장은 "아버님께 야단을 맞은 것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일단 대통령 단독면담이었고 실제로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를 들은 것도 처음이어서 당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이런 발언이 나오자 재판정 여기저기선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은 “제가 지식도 없고 업계 경향도 모른다. 양사 합병은 사장들하고 미래전략실에서 알아서 다 한 일”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초 거대 글로벌 기업 삼성그룹의 총수이면서 ‘나는 모른다. 미전실에서 알아서 다 했다’는 이 부회장의 진술.
이때도 재판정 곳곳에선 탄식과 실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왠지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보고받지 못 했다. 나는 모른다’는 이 부회장의 한결같은 진술.
정무수석이면서 문체부 장관이면서 보고 받은 바도 없고, ‘난 몰라요’를 줄기차게 주장해서 결국 블랙리스트 1심 선고에서 무죄를 받아낸 조윤선 전 장관을 떠오르게 합니다.
‘난 몰라요’ 라는 이 부회장의 재판 전략이 조 전 장관처럼 재판부에 먹힐지 궁금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