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189곳 외국산 담배 안 팔아... "애국 하나?"
KT&G, 2009년 휴게소와 이면계약 체결... 명백한 불공정 거래
공정위, 과징금 25억원 부과하고 시정명령... 전혀 '시정' 안돼

 

 

[앵커]

본격 휴가철이어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나들이를 떠나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흡연하시는 분들, 혹시 고속도로 휴게소 편의점 담배 판매대에서 이상한 점 눈치채신 거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반 편의점이나 마트와 달리 외국 담배는 보이지 않고 국산 KT&G 담배만 판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법률방송 현장 기획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오늘은 이상한 고속도로 휴게소 담배 판매대의 비밀에 대해 석대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만남의광장 휴게소입니다.

휴가를 떠나는 차들로 휴게소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습니다.

휴게소 편의점에 들어가 봤습니다.

그런데 담배 판매대에 국산 담배만 진열돼 있고, 요즘은 '양담배'라고도 안 부르는 외국산 담배는 전혀 없습니다.

[만남의광장 휴게소 관계자]

"양담배는 아예 안 팔아요"

(왜요?) "모르겠어요"

또 다른 휴게소도 마찬가지입니다.

담배를 파는 점원도 왜인지는 모르지만, 외국산 담배는 안 팔고 국산 담배만 팔고 있습니다.

[죽전 휴게소 관계자]

(외국 담배 없어요?) "네“

(아예 없어요?) “네”

(왜요?) "국산만"

(국산 담배만 팔아요?) "네"

왜 국산 담배만 팔고 외국산 담배는 팔지 않는 걸까.

KT&G가 지난 2009년 체결한 고속도로 휴게소 담배 납품 관련 '이면 계약서'입니다.

'매출 에누리: 담배 매입 시 2%'라는 조항이 눈에 띕니다.

담배 공급가를 2% 에누리, 즉 깎아 주겠단 뜻입니다.

매출의 2%에 대해 KT&G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상호 협의한 물품을 지원해 주겠다'는 조항도 눈에 띕니다.

나아가 담배 진열장도 KT&G가 별도로 제공해 주겠다고 돼 있습니다.

물론 담뱃값을 그냥 깎아주거나, 아무 반대급부 없이 물품이나 담배 진열장을 지원해주는 건 아닙니다.

단서조항입니다.

'특약사항'이라고 해서 "본 계약은 담배 상품에 한해 취급 제품 및 광고는 KT&G 독점을 유지할 경우 효력을 발생한다"고 돼 있습니다.

즉, 외국 담배회사 등 다른 회사 담배는 안 받고 KT&G 담배만 팔아야 계약이 효력이 있단 뜻입니다.

계약서는 그러면서 계약을 위반하면 이미 지원된 물품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명백한 불공정 거래 행위입니다.

특히 담배사업법은 제조업자 등이 소매인에게 담배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 2015년 2월, KT&G에 대해 과징금 25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거래 상대방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여 자신의 제품 외에 경쟁사업자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려고 한 부당한 고객 유인에 해당한다"는 것이 당시 공정위 판단이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

"2015년도에 저희가 시정명령을 내린 이유는 KT&G가 자사 제품만 취급을 하라고 하면서 물건을 공급을 한 거예요. 계약상 그런 걸 하지 말도록 저희들이 시정명령을 했고 계약서에 그런 것들이 삭제가 됐거든요."

'계약서에 그런 것들'은 사라졌지만 고속도로 휴게소 편의점에서 KT&G 담배만 판매되고 있는 현실은 전혀 달라진 게 없습니다.

법률방송 취재 결과 도로공사가 관할하는 전국 189개 휴게소 가운데 외국산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곳은 여전히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그런데 이게 어떤 문제가 되는 건가요? 어떤 문제가 있어서 취재를 하시는 걸 텐데. 수입 담배 쪽에서 문제를 제기한 건가요?"

담배 기호도 다르고 외국산 담배를 선호하는 애연가도 있지만 왜 유독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외국산 담배는 안 팔고 KT&G 담배만 파는지,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 측도 속 시원한 설명을 못 합니다.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 관계자]

(휴게소에서는 외국산 담배가 안 팔려서 안 파는 거예요?) "그런 것은 아닐 거예요, 아마. 그건 저희들도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저희들이 어떤 사항인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네요. 그 부분은..."

KT&G 측은 외국산 담배를 안 파는 건 휴게소 업자들의 선택일 뿐, 현재는 어떤 불법적인 행위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T&G 관계자]

"본인이 국산을 안 팔고 싶어서 안 파실 수도 있는 거고, 외산을 안 팔고 싶어서 안 파실 수도 있는 거예요. 근데 그건 사업 점주의 선택이기 때문에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없는 거 같아요."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편의점 업주들이 '알아서' 외국산 담배는 안 팔고 KT&G 담배만 팔고 있다는 겁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관계자]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국산 담배 위주로 팔아라 이렇게 됐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그게 이제 관례처럼 그렇게 계속 온 거죠."

[김한수(56) 서울 마포구]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된다고 봐야죠, 그거는. 굳이 요즘에는 그런 거 가지고 애국심 뭐 그런 걸 따질 시대도 아니고..."

국산 담배든 외국 담배든 흡연은 권장할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KT&G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애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KT&G 담배만 파는 구조와 이른바 관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애초 책임은 금방 망각하고, 나아가 한 번 잘못 만들어진 관례를 바꾸기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할 뿐입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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