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자료 '임의 제출' 형식으로 협조하다 '거부'... 檢 "30일 재집행"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부속실비서관 사무실 대상 김종 문체부 차관 사무실·집, 김한수 윤전추 행정관 등 집도 압수수색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내부로 진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당초 자료 '임의제출' 형식으로 협조하던 청와대 측은 입장을 바꿔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했고, 검찰이 현장에서 철수하는 난항을 겪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9일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부속실 비서관의 사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에는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 등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이 참여했다.

검찰이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부속실비서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29일 오후 관광객과 시민들이 청와대 정문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압수수색에 난색을 표하며 임의제출 형태의 자료 제공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 검찰에 협조하며 일부 증거물을 제출했지만, 오후 늦게 기존 입장을 바꾸고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7시쯤 "압수수색과 관련해 조금 전 청와대가 현장 검찰 관계자에게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해 지장을 받게 됐다"며 "검찰은 수긍할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하고 압수수색영장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오후 9시쯤 "압수수색팀은 오늘 현장을 철수하고, 30일 오전 재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였다.

또 청와대 안종범 수석과 정호성 비서관, 김한수 행정관, 윤전추 행정관, 조인근 전 연설기록비서관, 이영선 전 행정관과 김종 문체부 차관 등 7명의 자택도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문서 등 자료, 개인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안종범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자금 모금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 재단 관계자들은 안 수석이 기업들을 상대로 모금 상황을 확인했다는 증언까지 나온 상태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연합뉴스

정호성 비서관은 최순실씨에게 대통령 연설문을 발송하는 등 최씨의 '국정 개입'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종 문체부 차관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관여하고 문체부 장관 후보자를 최씨에게 추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최순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고영태씨를 2박 3일 마라톤 조사한 후 귀가시켰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씨를 상대로 더블루K 설립과 운영 과정은 물론 미르·K스포츠재단 투자자금 운영 부분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받아본 사실과 경위 등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언론을 통해 "최씨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펜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고씨는 독일 더블루K 대표, 한국 더블루K 이사를 맡는 등 최씨의 최측근으로 꼽혔지만 최근 사이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또 박 대통령이 사용해 화제가 됐던 가방 브랜드 '빌로밀로'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미르재단 이성한 전 사무총장도 밤샘 조사한 후 귀가시켰다. 이 전 총장은 전날 오후부터 조사를 받던 중 지병 때문에 수사관과 함께 병원을 찾았고 검찰에 양해를 구한 뒤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사무총장은 미르재단 설립 멤버로, 최근 언론에 ‘최씨와 정권 실세들 사이의 대화 녹취록 77개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폭로로 최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검찰은 "고씨와 이 전 사무총장은 협의를 통해 재소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자금 모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전날 소환 조사를 받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새벽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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