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라는 독일 태생의 유대계 정치철학자가 있습니다.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라는 책에서 ’악의 평범성‘ 이라는 개념을 성찰해 냅니다.

아이히만은 2차대전 당시 ‘유대인 말살’을 위해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을 기차에 실어 아우슈비치 등 수용소 실어 나른 나치친위대 장교입니다.

종전 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숨어 살던 아이히만은 이스라엘 전범추적대에 체포, 극비리 이스라엘로 압송 당해 이스라엘 전범 법정에 서게 됩니다.

법정에서 아이히만은 자신은 유태대을 죽인 적도 죽이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 나의 권한도 아니었다. 나는 다만 상부 명령에 따라 유태인들을 ‘운송’한 것 뿐이다는 주장을 폅니다.

이 재판을 8개월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서 ‘악의 평범성’을 봅니다.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밝힌 아이히만의 유죄 이유입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헌법 가치에 위배된다.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를 충실히 수행했다”

어제 열린 블랙리스크 재판에서 재판부가 피고인들에 내린 준엄한 질타입니다.

"비정상의 정상화. 시스템화 되어서 이미 돌아가고 있었다. 시키니까 어쩔 수 없었다“ 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 일국의 장차관들.

그들의 재판을 지켜보며 시종일관 떠오른 생각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었습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어떻게 하면 시킨 걸 더 잘할 수 있을지만 고민하는,

그 ‘근면성’이 초래할 결과를 모르는, 한나 아렌트 식으로 말하면 ‘생각의 무능’

그런 ‘아이히만들’이 김기춘 등 블랙리스트 피고인들의 얼굴에 겹쳐 졌습니다.

지은 죄는 전혀 다르지만, 아이히만은 1962년 결국 교수형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7월 28일 법률방송 로 투데이 마치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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