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검찰 역사상 최악의 위기... '최순실 의혹' 수사 성패에 명운 달렸다

김경희 뉴스본부 기자

박근혜 정부 '비선(秘線)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수사 시작의 내막을 두고 향후 엄정 수사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서두르기 시작한 시점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응답하듯 이날 오후 곧장 최씨를 비롯한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에 대한 통화조회영장을 발부받았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장급 간부 2명에 대한 참고인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수사는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 발언 다음날인 21일에는 수사팀 검사를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시민단체의 고발 건이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된 지 보름이 지나서야 나온 조치다.

첫 압수수색 역시 박 대통령 발언 이후 빠르게 진행됐다. 그러나 이미 늑장수사였던 탓에 빈 사무실만 뒤지고 돌아온 검찰이었다.

사건 배당 당시 검찰은 대통령부터 각종 국가기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된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그것도 막내 격인 형사8부에 배당했다. 형사8부에서도 특수부 경력이 없는 검사 1명에 배당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수사 의지를 비판하자 검사 1명을 더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발언 다음날 검찰은 수사팀 검사를 5명으로 늘렸다. 사흘 뒤에는 3차장 산하에 있는 특수부 소속 검사들을 추가로 배치했다. 이어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수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까지 발족시켰다.

특수본은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서는가하면 의혹의 핵심인물들을 차례로 소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검찰은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 68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장이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 사건을 시작으로, 현직 부장검사가 스폰서 의혹을 받으며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6년 연이어 터진 검찰의 비리에 국민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번 최순실 의혹 수사가 검찰의 명운을 가를 수사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사해야 할 대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실상 사정의 칼날이 청와대로 향해야 하는 수사는 검찰에게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럴수록 검찰은 어느때보다 공명정대한 수사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대통령의 재가가 있은 후에야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는 검찰 스스로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기도 하다.

검찰의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평가는 물론 향후 검찰에 대한 신뢰도 역시 결정짓는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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