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선진국들, 선팅 강력 규제 이유는 ‘범죄·안전사고 예방’ 미국 '선팅 차량은 범죄용' 인식… 영국, 그 자리서 필름 제거 한국, 선팅 관련 범죄·아동 방치 사고 잇달아... 안전을 우선해야

 

 

[앵커]

지난달 ‘LAW 투데이’는 ‘현장 기획’을 통해 공공연한 자동차 불법 선팅 문제를 고발한 바 있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는 반응 보내주셨는데요.

한편으로는 ‘새삼스럽게 선팅 가지고 왜 시비냐’ 이런 분들도 적지않았습니다.

왜 선팅이 문제가 될까요.

교통선진국들은 왜 강력하게 선팅을 규제하고 있는지, 해외 사례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현장기획,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달 15일 보도해 드린 자동차 불법 선팅 실태입니다.

// 도로 위를 지나는 차량들 대부분이 이른바 ‘선팅’이라고 불리는 ‘틴팅’이 돼 있습니다.

일반 승용차도 SUV 차량도, 소형차도 대형차도, 국산차도 외제차도, 차종과 크기를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선팅이 돼 있습니다. //

운전자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심지어 사람이 탔는지 안 탔는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짙게 선팅 된 차량들, 모두 불법 선팅입니다.

일정 비율 이상의 선팅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모두가 위반하기 때문에 불법이 불법이 아닌 현실.

자동차 왕국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실태가 어떤지, 위반하면 어떻게 단속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연중 따뜻한 기후에 강렬한 햇살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샌디에이고입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 모두 안이 훤히 보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차량 내부가 안 보일 정도로 짙게 선팅이 돼 있는 차량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뒷좌석 창에 적당히 선팅을 해놓은 차량만 간간이 눈에 띄는 정도입니다.

미국 사람들만 선팅을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샌디에이고의 한인 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컨보이 지역 한국 마트 주차장입니다.

주차돼 있는 차량들 모두 선팅을 전혀 안했거나, 했어도 아주 엷게 돼 있습니다.

샌디에이고만 그런 게 아니고 미국 양대 대도시인 뉴욕과 LA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운전자가 탔는지 안 탔는지조차 구분 안 될 정도로 선팅을 한 차량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미국에선 우리나라처럼 짙게 선팅된 차량은 이른바 갱들이 타는 차거나 범죄용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마이클(26) / 미국 뉴욕]

“마피아 차, 뭐 이런 것처럼 보여서 무서워요. 창밖으로 총을 빼서 나를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싫어요.”

또 다른 북미 국가 캐나다입니다.

캐나다 동부 대도시 토론토도, 남동부의 한적한 시골 마을 ‘런던’도,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짙게 선팅된 차량은 보이지 않습니다.

멋과 유행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프랑스 파리도 우리나라처럼 ‘멋’을 낸다며 시커멓게 선팅해 놓은 차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일본입니다.

선팅이 돼 있어도, 보통 뒷좌석만 돼 있습니다.

이들 이른바 ‘교통 선진국’에선, ‘짙은 선팅은 안전 운전을 위해 안 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입니다.

즉, 나와 이웃의 안전이 첫째 이유입니다.

[크리스틴 (29) / 캐나다 토론토]

“짙은 선팅은 운전자들이 창 밖을 보기 어렵게 만들어서 사고로 이어진다든지 보행자를 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짙은 선팅을 자제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범죄나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시커멓게 선팅해 놓은 차량은 ‘마피아 차량’이라는 인식은 이런 배경에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 우리는 차량을 이용한 납치나 감금, 성폭행 같은 강력범죄, 어린아이가 유치원 통학차량에 방치돼 숨지는 사고가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광주에서 폭염 속에 유치원 통학버스에 8시간 가까이 방치됐던 네 살 아이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지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경남 함양에서는 다섯 살 아이가 승합차에 7시간 갇혀있다 고열로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두 사건의 운전기사는 모두 “유리창 선팅 때문에 차 안이 잘 보이지 않아 아이가 있는 줄 몰랐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돼야 할까요.

[장택영 박사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뭔가 하기를 좋아하는 국민적인 그런 습성, 습관, 행태가 있어서 가능하면 노출 안하려고 하는 부분들이 차량까지 온 부분이 있고요. 선진국이나 이런 교통 안전국들은 안전을 중요시하다 보니까..."

미국 등 교통 선진국들은 이같은 안전사고와 차량 범죄를 막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의 선팅을 엄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불법 선팅에 대한 과태료를 최고 1천 달러까지, 우리 돈으로 120만원 가까이 물리고, 영국의 경우엔 단속 현장에서 선팅 필름을 바로 제거합니다.

벤츠와 BMW를 탄생시킨 자동차 강국 독일은 아예 해당 차량 운전을 금지시키고, 일본은 운전자 뿐만 아니라 선팅 업체까지 함께 처벌합니다.

[김연호 미국 변호사 / 김연호 국제법률사무소]

“첫째는 운전자 안전, 두 번째는 경찰 목적이죠. 경찰이 운전자가 범죄인인지 아닌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안에서 무슨 폭력이 있을 수 있잖아요. 경찰 질서유지 목적으로 선팅을 규제하는 겁니다."

우리는 ‘선팅 누구나 다 하는데 뭐가 문제야’ 하지만, 교통선진국에서 불법 선팅을 왜 그렇게 강력하게 단속하는지, 시민들은 왜 자발적으로 짙은 선팅을 자제하는지.

근본적인 이유와 배경을 생각해 보고, 고쳐야 할 게 있으면 고치는 게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로 가는 길 아닐까 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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