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거부할 거면 왜 나왔나" 묻는 재판장에 "나오라고 해서" 재판장 "여기는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

 

 

[앵커]

"특검을 신뢰할 수 없어서 증언하지 않겠다"

"그럼 왜 나왔냐"

"나오라고 해서 나왔다"

오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순실씨와 재판장 사이에 오간 말입니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이 재판 소식을 석대성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리포트]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순실씨는 특검 측의 신문이 시작되자마자 "증언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최씨는 그러면서 특검이 아닌 재판부를 향해 직접 "저는 이 재판에 나와서 전부 다 진술하려고 했는데 저희 딸 유라가 먼저 나와 혼선을 빚었다"며 "특검을 신뢰할 수 없어 증언을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씨가 언급한 "유라가 먼저 나와 혼선을 빚었다"는 말은 지난 12일 최씨 딸 정유라씨가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말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삼성 말 타면 된다고 엄마가 말했다"고 진술하는 등 최씨에 불리한 증언을 한 것을 가리킵니다.

이와 관련 최순실씨는 "특검이 저희 딸을 데리고 나와 신문을 강행한 건 저를 압박하고 '제2의 장시호'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계속되는 특검의 신문에 최씨는 "증언 거부하는데 계속 물어보는 것도 고역"이라며 "재판장님이 판단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재판부가 "증언을 거부할 거면 왜 나왔냐"고 묻자 최씨는 "나오라고 해서 나왔다"고 말해 재판부를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재판부가 다시 "이 자리는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 검찰과 재판부 질문에 답하는 자리"라고 지적했지만, 최씨는 아랑곳없이 "특검으로부터 비정상적으로 회유와 압박을 너무 많이 받았다"며 "정신적으로 완전히 패닉 상태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등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만 했습니다.

삼성의 승마 지원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한 딸 정유라씨와 모든 증언을 거부한다면서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엄마 최순실 씨.

재판부가 엄마와 딸 가운데 누구의 진술을 채택할지 관심입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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