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검찰 '명목상' 수사 지휘·종결권... 경찰 권력 통제 위한 장치
미국, 검찰은 소추 기능만... 공판중심주의로 검찰조서 의미 없어
일본, 검찰 수사인력 있지만 '정치적 중립' 필요한 사건에 한정

 

 

[앵커] 수사와 기소 분리 안된다, 'LAW 인사이드',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김효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문무일 후보자 오늘 국회 인사청문회 보니까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 아주 확고한 거 같아요.

[기자] 네, 문 후보자의 이런 입장은 지난 21일 제출한 국회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건데요.

당시 답변서를 통해 문 후보자는 “판사가 재판하지 않고 판결을 선고할 수 없듯이, 검사가 수사하지 않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열린 청문회에서도 문 후보자는 “검사가 경찰 수사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부정부패 해소를 위해선 검찰 특수수사가 필요하다” 이렇게 말해 검찰 수사권 유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앵커] 문 후보자 답변서 보니까 “수사와 기소는 성질상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OECD 국가 등 검찰제도를 둔 대부분의 국가에서 검찰이 기소 기능과 함께 수사 기능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말했는데, 진위를 좀 확인해 볼까요.

다른 나라들은 실제 어떻게 돼 있나요.

[기자] 먼저 대표적인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은 검찰을 ‘수사의 주재자’, 사법경찰관은 ‘검찰의 연장된 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법경찰관은 검찰의 연장된 팔이다,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네, 한마디로 일선 수사는 경찰이 하지만, 검찰은 그런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쥐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될 듯합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일단 독일 형사소송법은 검찰에 수사권과 수사 지휘권, 수사 종결권까지 아울러 부여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랑 비슷하네요.

[기자] 네, 표면적으로는 그런데요. 그렇지만 독일 검찰은 수사 전반을 장악해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사법경찰을 통제하는 선에서 그치고, 우리 검찰과 달리 자체 수사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앵커] 검찰에 수사 인력이 없다고요, 수사권은 있는데 수사 인력은 없다는 건 어떻게 봐야 하는 건가요.

[기자] 네, 바로 그 점이 우리 검찰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인데요. 독일 검찰도 명목상으로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수사 지휘권 차원의 수사권이지 실질적인 수사는 경찰이 한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실제 독일 경찰은 치안 유지나 일반 범죄에 대해선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할 수 있고, 정치·경제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나 사건들에 대해서만 검찰이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이렇게 경찰이 수사를 종결한 뒤 검찰에 수사 서류 등을 송부하면 검찰은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합니다.

[앵커] 직접 수사를 해야지 기소를 할 수 있다는 문무일 후보자의 답변과는 결이 좀 다른 것 같네요.

[기자] 네, 관련해서 독일에선 경찰이 사실상 수사의 이른바 주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법적으로도 수사권까지 경찰에 부여하면 경찰 권력이 너무 비대해지고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수사 지휘권 확보 차원에서 법적으론 검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되 실질적인 수사는 경찰이 진행하는 것 정도로 정리됐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한국과는 오히려 정 반대네요.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에 명목상의 법적인 수사권을 줬다는 거네요. 미국이나 영국 같은 영미법 국가는 어떤가요.

[기자] 네, 미국 형사소송법에는 일반적인 수사 주체나 수사 개시 권한에 대한 명문 규정이 따로 없는데요.

대부분의 주 형사소송법에서 경찰 등을 치안관으로 규정해 그 권한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범인의 발견이나 체포, 증거 수집 등의 수사권을 경찰의 권한으로 인정하는 것이 보편적 인식입니다.

[앵커] 네,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건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수사 종결권 역시 명문 규정은 없지만 경찰이 사실상 독자적으로 행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수사 개시와 종결도 경찰이 독자적으로 하면, 미국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도 따로 없나요.

[기자] 네, 이 역시 법에 명문화되어 있진 않은데요,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은 없다, 이렇게 보시면 될 듯합니다.

[앵커] 그럼 미국 검찰은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기자] 네, 미국 검찰은 소추 기능을 전담하고, 화이트칼라 범죄 등 독자적이거나 추가 검찰 수사가 필요할 경우에도 미국 검찰은 직접 수사를 개시하기보다는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미국 검찰이 이처럼 수사 개입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당사자주의’ 형사소송 구조 때문인데요. 검사가 직접 수사를 진행할 경우 검사는 공소관이면서 동시에 증인이 될 수 있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뭐가 좀 많이 복잡하고 어렵네요.

[기자] 네,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요. 미국의 형사재판은 공판중심주의가 철저히 확립돼 있어 모든 증거는 법정에서 직접 제출하도록 돼있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검사가 직접 수사하고 조서를 작성하는 데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는 것도 미국 검사의 수사 개입이 드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검찰 진술조서가 증거로 쓰이는데 미국에선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검찰이 직접 수사할 필요와 이유가 없다, 이런 거네요.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현행 일본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직원은 범죄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에는 범인 및 증거를 수사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사법경찰관의 수사권을 명시하고 있는데요.

이와 더불어 “검찰관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스스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해 검찰의 수사권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검찰과 경찰 둘 다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거네요.

[기자] 네. 1차적으로 사법경찰관이 수사를 진행하고, 검찰이 필요한 경우 보충적으로 수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검찰이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사건에 직접 개입해 수사를 지휘하지는 않습니다.

또 일본 검찰은 자체 수사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검찰의 독자 수사는 고도의 법률지식이 요구되거나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한 사건에 한정됩니다.

더불어 일본은 검찰과 경찰의 상호 협력을 위해 “검찰관과 도도부현공안위원회 및 사법경찰직원은 수사에 관하여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들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오랜 고민을 통해 지금의 제도들이 정착됐을 텐데, 우리나라도 ‘수사 안 하면 기소도 못 한다’ 식으로만 벽을 칠 게 아니라 수사권 조정에 대해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도록 진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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