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청와대 문건 ‘카카오톡 좌편향 개선‘ 언급 이유는
이용자 4천200만명... 입맛에 맞게 '정치적 길들이기' 시도
"언론사 위상 부여, 포털 수익 환류"... 당근과 채찍 병행 의도

 

 

[앵커] ‘카카오톡 좌편향 자동 연관 검색어 개선하라’ 어제 청와대가 공개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건에서 나왔다는 내용 중 일부인데요. 관련 얘기 해보겠습니다. ‘이슈 플러스’, 정순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1] 정 기자, 우선 어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언급한 ‘카톡 #(샾) 검색 기능’이란 게 뭔가요.

[기자] 네. 카카오톡을 보면 대화창을 입력하는 공간에 #이 붙어 있습니다. 실제 화면을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클릭을 해보면 인물, 뉴스, 이미지 등 다음카카오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는데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서 검색 전 ‘자동 연관 검색어 서비스’라는 걸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단 #을 누르면 현재 포털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고 있는 단어들 10개가 자동으로 뜹니다. 쉽게 말해 인터넷에서 이게 지금 제일 ‘핫’한 이슈다, 이런 걸 자동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여기서 관심 있는 검색어가 있으면 바로 눌러서 검색해도 되고, 본인이 관심 있는 다른 키워드를 검색해도 됩니다.

예를 들어 ‘박근혜’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박근혜’, ‘박근혜 침대’, ‘박근혜 발가락’ 이렇게 3가지 관련 검색어가 자동적으로 뜨는데요.

[질문 2] ‘박근혜’를 쳤는데 왜 ‘침대’ ‘발가락’ 이런 것들이 같이 뜨는 건가요.

[기자] 네, 이게 바로 청와대 문건에서 언급된 ‘자동 연관 검색어’ 기능인데요. 아마 ‘박 전 대통령이 쓰던 침대 처리를 두고 청와대가 처치 곤란이다’, ‘박 전 대통령이 발가락을 찧어서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안 나왔다’, 이런 기사들을 네티즌들이 많이 읽다보니 ‘박근혜’를 치면 따라서 ‘박근혜 침대’ ‘박근혜 발가락’ 이런 검색어들이 자동으로 뜨는 겁니다.

[질문 3] 그냥 일종의 검색 알고리즘인 거 같은데 박근혜 정부에선 이런 ‘자동 연관 검색’을 ‘좌편향 검색’이라고 봤다는 거네요.

[기자] 네, 어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한 문건 내용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전 정권에서 아마 카카오톡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뭔가 이른바 ‘야료’를 부린 거 아니냐,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좌편향’ 적인 검색어만 뜰 수 있냐, 이거 바로잡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 거 같습니다.

[질문 4] 이거, 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한데, 이 카카오톡 # 검색 기능을 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나요.

[기자] 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카톡 # 검색 기능을 콕 집어 개선 대책을 논의한 것도 카톡 이용자 수와 무관하지 않은데요.

현재 카카오톡 월간 이용자 수는 4천 200만 명에 이릅니다. 사실상 전 국민이 이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어떻게 보면 막강한 영향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5] 그렇군요. 카톡 입장에선 당혹스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할 텐데, ‘개선하라’는 전 정부 요청을 받기는 받았나요, 어떤 반응인가요.

[기자] 네, 일단 카카오톡과 포털사이트 다음을 운영 중인 다음카카오 측의 공식 입장은 ‘전 정부에서 그런 요청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반응인데요.

속으론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그런 논의가 있었다’는 자체가 말씀하신대로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포털 고유의 알고리즘에 의해서 네티즌들이 많이 보고 검색하는 단어가 자동으로 추천되는데 그걸 어떻게 인위적으로 ‘개선’ 하냐는 건데요.

실제 카카오 뿐 아니라 모든 포털 검색 업체들은 지난 2011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규정한 ‘인위적 개입 없는 추천 시스템’을 준수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식 설명입니다.

[질문 6] 말을 듣고 보니 전 정부에서 정말 그런 논의를 했다면 뭘 알고나 한 건지, 아니면 검색에 ‘인위적 개입’이 가능하게 규정이나 시스템을 바꾸려고 했던 건지, 정말 모르겠네요.

연관 검색 문제 뿐만 아니라 ‘포털 뉴스 서비스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이라는 문건도 언급이 됐던데 이건 또 무슨 내용인가요.

[기자] 네. 말씀하신 문건에는 ‘언론사로서의 위상 부여 여부와 포털의 수익 환류 제도화 추진 검토’ 라는 대목이 등장하는데요.

포털은 각 언론사에서 받은 기사를 제공하고, 실제 뉴스 소비의 아주 많은 부분이 포털에서 이뤄지고 있고, 이를 통해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포털은 언론사가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 라는 이유로 언론사에 가해지는 규제를 피해가며, 각 언론사에서 사실상 공짜로 받은 기사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해당 문건은 포털의 이런 이중적 지위를 이용해 이른바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며 포털을 길들여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질문 7] 당근은 뭐고 채찍은 뭐 어떤 건가요.

[기자] 네, 네이버의 예를 들자면 현재 시가 총액이 27조 5천 500억 원이 넘습니다. 지난 2002년과 비교하면 무려 90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만 1조 850억 원에 달합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을 포함한 전체 조선미디어그룹의 작년 한 해 총매출이 6천억여 원임을 감안하면 네이버의 위상이 금방 비교되는데요.

이런 네이버 수익의 상당 부분이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기사에 딸린 광고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근데 이 광고 수입을 100% 다 네이버가 가져가고, 실제 기사를 생산한 언론사는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문건에 등장하는 ‘포털의 수익 환류’는 이런 배경에서 나오는데요. ‘이런 광고 수입을 찢어서 언론사에 나눠주도록 강제하겠다. 그러니 말 들어라’ 이런 걸 논의한 게 아닐까 추정됩니다.

[앵커] 포털 위주의 뉴스 소비와 기사에 대한 정당한 저작권료 지급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언론 생태계를 위해서 풀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그걸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해 보려고 했다니, 참 말문이 막힐 뿐입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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