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종로 등 서울 도심 '핫 플레이스'는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
외국인 "부탁 드릴게요, 처리해 주세요"... 시민 "한국, 아직 멀었어요"

 

 

[앵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LAW 투데이' 현장 기획.

오늘은 식상하지만 아무리 얘기하고 지적해도 크게 바뀌지 않는 쓰레기 무단투기 얘기입니다.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경고문 앞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낮과 밤이 다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민낯을 석대성 기자가 보여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13일 저녁, 최근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입니다.

뜨고 있는 명소답게 화려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간판들과 가게들, 오가는 사람들도 활기차고 생기가 넘칩니다.

내국인들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서울 도심의 명소 이태원.

그러나 한 발짝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금방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쓰레기입니다.

운치있는 4층 벽돌로 된 커피숍이 자리잡고 있는 골목길, 인근 가게에서 내다버린 쓰레기가 보도 한 귀퉁이에 잔뜩 쌓여 있습니다.

폐 스티로폼 박스에 알루미늄 캔과 플라스틱 병, 종이 박스, 음식 만드는 데 사용했을 커다란 기름통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쓰레기 더미의 길이만 족히 몇 미터에 달합니다.

대부분 분리수거도 안하고 그냥 비닐봉투에 담아 버렸거나 아예 쓰레기 채 그냥 내다 버렸습니다.

모두 불법 무단투기입니다.

심지어 쓰레기 더미 안에는 이렇게 선풍기까지 버려져 있습니다.

큰길가 인도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분리수거 쓰레기통 옆에 버젓이 알루미늄 캔과 플라스틱 병, 휴지, 거기다 깨지기 쉬워 따로 배출해야 하는 형광등까지 한 데 뒤섞어 내다버린 '양심불량'이 있는가 하면,

관광 안내 전광판 앞에까지 쓰레기를 내다 버려 외국인이 쓰레기 앞에서 안내 전광판을 들여다봐야 하는 민망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제위 25세 /  미국]

"바닥이 깨끗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것을 보면) 더럽고 역겹다. 버려놓은 쓰레기가 많다."

심지어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경고문'과 무단투기를 집중 단속한다는 안내문 앞에도 경고문이 무색하게 보란 듯이 쓰레기가 마구 버려져 쌓여 있습니다.

이 자리는 이태원 관광특구 홍보관 바로 옆입니다.

[아브히샥 41세 / 인도·이태원 거주]

"많이 쌓여요. 주말에는 저기까지 쌓인다고. 엄청 쌓이고 냄새도 나고. 아주 그냥 이걸 처리해야 될 거 같아요. 부탁드릴게요. 용산구에 부탁드릴게요.”

쓰레기 무단투기와 이에 따른 민원으로 몸살을 앓던 용산구청은 지난 2015년 환경미화원과 별도로 '청결기동대'를 만들었습니다.

환경미화원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 위주로 경리단길을 포함한 이태원 관광특구 일대에서 청소를 하고 있지만 버려지는 쓰레기 양이 너무 많아 역부족입니다.

[용산구청 관계자]

"청결기동대 분들이 활동은 하지만 여기가 계속 핫 플레이스가 되다 보니까 쓰레기가 많이..."

같은 날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입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이 무색하게 다 마신 커피, 플라스틱 용기 등을 가지런히들 '투기'해 놓고 갔습니다.

길바닥엔 마치 거기가 원래 꽁초 버리는 장소라도 되는 것 마냥 자연스럽게 담배꽁초를 버려놓았고 이런저런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용 CCTV는 사실상 있으나 마나 무용지물입니다.

살인, 강도 같은 강력범도 아니라서 일일이 신원을 특정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백준 32세 / 서울 돈암동]

"특히 담배꽁초 같은 거 많이 버리시잖아요. 그런 거 보면 조금 안타깝고 우리나라 시민의식 같은 게 조금 더 성장하려면 시간이 걸리겠구나..."

이렇게 쓰레기 무단투기의 밤이 지나 해가 뜨고 날이 밝으면, 지천에 널린 쓰레기들은 고스란히 환경미화원들 몫이 됩니다.

[종로구 관철동 환경미화반장]

"아침에 오면 엉망진창이에요, 거짓말이 아니라. 개판 오분입니다, 진짜. 한 마디로 얘기하면 엉망진창이죠."

양도 양이지만 분리수거도 제대로 안 돼 있어 일일이 다시 다 분리 작업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종로구 환경미화원]

"못 같은데 찔린다든가 아니면 이제 유리 조각에 그냥 찔린다든가 그런 경우. 경미하다고 봐야 하는데 기타 등등 하여간 산재에 있다고 봐야 해요."

지난해 서울에서 쓰레기 무단투기로 적발된 경우는 10만 9천 건이 넘습니다.

적발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 실제 정확한 무단투기 건수는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세계 경제력 순위 10위권 진입을 넘보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자화상'입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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