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햄버거병’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습니다.

HUS 용혈성요독증후군, 햄버거병의 원인 대장균인 O-157의 잠복기를 두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는가 하면, 이번엔 맥도날드 전현직 직원들까지 논란에 가세했습니다.

“문제가 된 매장 햄버거 체크리스트에 ‘정상’으로 기재돼 있기 때문에 덜 익은 패티가 나올 수 없다“는 맥도날드 주장에 대해, ”체크리스트를 대충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종종 덜 익은 패티가 나오기도 했다“는 전현직 맥도날드 직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또 “문제의 패티는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HUS 원인이 될 수 있는 건 마찬가지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본질을 벗어난 해명과 이에 대한 반발과 불신, 검증되지 않은 혹은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주장, 이런 것들이 서로 악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햄버거 자체에 대한 공포와 기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평택 4살 여자아이 햄버거병 고소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해마다 수백만, 수천만 개의 햄버거를 먹어 왔을 텐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햄버거 속 덜 익은 패티가 HUS 원인이다는 주장.

부모 입장에서야 아이가 콩팥이 망가져 평생 신장투석을 받아야 하니 억장이 무너질 일이겠지만, 너무 나간 것은 아닌가, 이른바 오버하는 것은 아닌가.

거기에 정확한 정보나 판단 근거도 없이 ‘맥도날드 죽일 회사다. 햄버거 먹으면 큰일난다’ 식으로 사람들이 너무 부화뇌동하는 것은 아닌가.

반면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도 햄버거를 잘못 먹고 HUS 집단 발병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고 됐는데, 그래서 HUS가 ‘햄버거병’ 이라는 일종의 고유명사로 불린지도 이미 수십 년이 지났는데,

유독 한국 맥도날드 햄버거만 단 한 건의 ‘HUS' 발병 사례도 보고되지 않는, 세계 최고의 위생과 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인가.

혹시 그동안 원인 모르고 지나갔던 HUS 발병 사례가 실은 햄버거 때문 이었는데 그냥 잘 모르고 지나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이런저런 분야에 두루 쓰이는 ‘검은 백조’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보통 기존 통념을 밑둥에서부터 뿌리 채 무너뜨리는 어떤 발견이나 사건을 지칭합니다.

평택 4살 여자 아이의 ‘햄버거병’ 고소, 한국 햄버거 업계를 뿌리 채 뒤흔들 ‘검은 백조’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무슨 일만 벌어지면 극단과 극단을 오가는 것을 목격하는 것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햄버거는 죄 없다’는 일방적인 주장과 해명도 ‘먹으면 끝장 난다’는 포비아 수준의 기피와 매도도,

기왕 수십 년 먹어온 것, 좀 차분하게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개선할 게 있으면 개선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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