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O-157 잠복기는 3~8일, 햄버거가 원인 아니다"
전문가들 "섭취량과 개인 특성 따라 증상 다를 수 있다"
역학조사·수사 쉽지 않을 듯... '햄버거 포비아' 확산

 

 

[앵커] 네 살짜리 여자아이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 이른바 '햄버거 병'에 걸려 콩팥 기능의 90%를 잃었다며 낸 고소, 햄버거 병 논란이 뜨겁습니다. 

일부 의사들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더욱 더 커지고 있는데요. '이슈 플러스', 석대성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석 기자, 사건 경위 간략히 전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어린이용 불고기버거를 먹은 A양이 2~3시간 만에 복통을 호소하다 중환자실에 실려 갔는데요. '용혈성요독증후군' 판정을 받았습니다. 영어 약자로 줄여서 'HUS'라고 하는데요.

대장균의 일종인 O-157:H7이 발병 원인입니다.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 속에 덜 익은 패티를 먹고 집단 발병한 적이 있어 이른바 '햄버거 병'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여자아이는 콩팥 기능의 90%를 상실해 몸에 구멍을 뚫고 평생 신장 투석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의사들까지 가세했다는 말은 뭔가요.

[기자] '햄버거 병' 고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햄버거 공포증, 이른바 ‘햄버거 포비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햄버거 판매는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고 하는데요.

일각에서는 맥도날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고요.

관련해서 몇몇 의사나 이른바 의사 출신 의학전문기자들이 쓴 '사태가 너무 과장됐다. 의학적으로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글이나 기사가 페이스북 등 SNS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앵커] '과장됐다. 의학적으로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햄버거 병의 원인인 대장균 O-157의 잠복기가 논란의 핵심인데요.

[앵커] O-157 잠복기요.

[기자] 네, 일단 A양의 경우 햄버거를 먹은 2~3시간 뒤부터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이후 설사와 구토 등 HUS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사들까지 가세한 논란이 촉발된 주원인은 바로 이 '2~3 시간 뒤부터 HUS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부분입니다.

"O-157에 감염되면 통상 3~8일의 잠복기가 지나야 증상이 나타난다. A양은 햄버거를 먹은 지 2~3시간 만에 HUS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 원인은 햄버거가 아닌 그 전에 섭취한 무엇이다"는 게 '맥도날드 햄버거가 원인이 아니다'는 취지의 의사들 주장 요지입니다.

[앵커] 나름 합리적이고 근거가 있어 보이는데 A양 측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A양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황다연 변호사한테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일단 글을 올린 의사들을 포함해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게 마치 햄버거 먹고 2~3시간 뒤부터 A양이 설사하고 구토한 것처럼 잘못 알려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사실을 전제로 '햄버거가 원인이 아니다'는 글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다는 것이 황 변호사 설명인데요.

A양이 2~3시간 후부터 복통을 호소한 건 맞지만 설사는 그날 밤에, 구토는 이튿날, 그러니까 햄버거 먹고 하루 뒤부터 시작했다는 겁니다. 황 변호사 말 직접 들어보시죠.

[황다연 변호사/법무법인 혜]

“실제로 발병한 증상은 여러 증상이 이제 시간차를 두고서 나타났고요. 상대방 측에서 물론 뭐 반론을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햄버거가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식에 기초해서 당연히 (고소) 절차를 밟은 거고요.”

[앵커] 황 변호사 말이 맞다 하더라도 O-157 대장균의 경우 통상 체내에 들어오고 3일 뒤부터 증상이 시작된다고 한다면 그래도 하루 이틀 시간차가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통상'은 그렇다는 건데요. 이 통상이 절대적인 건 아니라는 게 권위 있는 의사들의 말입니다. 즉 섭취량과 개인적 특성 등에 따라 관련 증상은 더 빨리 혹은 더 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이재갑 교수/ 한림대 의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보통 평균 잠복기가 그 정도 되고요. 조금 빨리 나오는 사람도 있어서, 먹었던 양이 균이나 이런 게 대량으로 들어오게 되면 일찍 나올 수도 있긴 있거든요. 그래서 그것만 가지고, 딱 잠복기만 가지고 '아니다'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단 얘기죠.”

[앵커] 미묘하네요. 결국 A양이 복통 며칠 전부터 먹은 음식까지 다 역학조사를 해봐야 정확한 인과관계 규명이 가능하다는 건데 수사에 나선 검찰과 이후 법원 재판까지, 그 과정이 쉽진 않겠네요. 석대성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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