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차성안 판사, 아고라에 “판사 블랙리스트 관심 청원” 판사들 "국정조사" 이어 시민들 상대 "청원"까지... 초유의 사태 재조사 거부한 양승태 대법원장 거명 비판... 법관대표회의도 '곤혹'

 

 

[앵커]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사흘 전엔 서울중앙지법 현직 판사가 판사 블랙리스트 국정조사 필요성을 촉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렸는데, 이번엔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속 판사가 인터넷 청원 사이트에 일반 네티즌과 시민들을 상대로 직접 판사 블랙리스트 조사를 청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법원 울타리를 뛰쳐나온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LAW 투데이 현장 기획, 이철규 기자의 리포트를 보시고 어떤 쪽이 더 상식에 부합하는지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리포트]

다음 아고라 청원 사이트에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관심을 청원합니다’ 라는 제목으로 어제(6일) 올라온 글입니다.

작성자는 전주지법 차성안 판사, 현직 판사가 극히 이례적으로 네티즌들을 상대로 청원 글을 직접 올린 겁니다.

차 판사는 이 글에서 "사법부 판사 블랙리스트는 덮어두고 가면서, 문체부 블랙리스트는 판관으로서 단죄하려 하는가.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비아냥은 듣고 싶지 않다”고 적었습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의결한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요구를 양승태 대법원장이 거부한 데 대한 반발입니다.

차 판사는 "판사는 블랙리스트 류의 비공식적이고 자의적인 인사자료가 작성되어서는 안되는 최후의 집단”이라며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차 판사는 그러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을 집적 거명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습니다.

"나는 이미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힌 대법원장에 대한 기대를 접겠다. 추가 조사를 재요구한들 또 거부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법부가 블랙리스트 논란을 묻어두고 간다면 내가 판사의 직을 내려놓을지를 고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장에 대한 일선 판사의 ‘직’을 건 사실상의 항명.

사흘 전에는 서울중앙지법 남인수 판사가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해당 컴퓨터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방안을 2차 전국법관대표회의 안건으로 제안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판사들의 성향 등을 분류한 판사 블랙리스트가 담겨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법원행정처 PC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정면 도전인 겁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판사 컴퓨터를 열어 조사하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거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습니다.

대법원장의 권위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잇단 정면 도전.

차성안 판사의 청원 글엔 “판사들의 정의를 지지한다”,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는 댓글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하루 만에 1만여명의 네티즌이 서명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판사들의 잇단 항명성 글과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이 법원 바깥으로 나간 데 대해 법원행정처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맞대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

“저희 뭐 아무런 입장이 없습니다. 드릴 수 있는 입장이 없습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측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법관회의 소속 판사가 아닌 남인수 판사가 판사 블랙리스트 국정조사 촉구를 법관회의 안건으로 제안한 데 이어, 이번엔 법관회의 소속 차성안 판사가 추가 조사를 촉구하는 글을 이례적으로 인터넷에 직접 올렸기 때문입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관계자]

“그건 개인적으로 하시는 것이어서 본인이 대표자이시긴 하지만, 법관회의 구성원인 대표자이시긴 한데, 저희하고 상의하고 하시거나, 법관회의 위임을 받아 하시거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거든요.”

차성안 판사는 특히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실무를 담당할 소위원회 소속 판사로 알려졌습니다.

상설화되는 법관회의에 강제력 있는 ‘의결권’을 부여하느냐가 최대 쟁점인 가운데,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관회의의 힘겨루기로 비화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남인수 판사도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을 위해 법관회의에서 해당 컴퓨터 조사 요구를 80%가 넘는 비율로 의결했는데도 결국 전면 거부됐다. 이는 향후 상설화될 법관회의의 위상을 예고한다”고 적었습니다.

법관회의에 의결권을 부여해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에 맞서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사법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판사 사회에 늘 어느 정도는 있어 왔지만 법원 바깥으로 나가, 국회 손을 빌려서, 나아가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사법개혁 지지를 호소하는 경우는 아주 이례적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이철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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