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년 전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 판결
'페이백' '타임차지' 등 변형된 성공보수 여전히 횡행
변협 "대법원 판결 위헌" 헌법소원 제기... 결론 아직 안 나

 

 

[앵커]

앞서 '정운호 법조 게이트' 관련 김수천 부장판사 항소심 선고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사건은 구속을 면하게 해주면 얼마를 주겠다, 또는 보석으로 풀려나게 해주면 얼마를 주겠다, 이른바 ‘형사사건 성공보수’라는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대법원이 꼭 2년 전 형사사건 성공보수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LAW 투데이 현장기획, 오늘은 형사사건 성공보수 얘기입니다.

김효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만장일치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수사와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켜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트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 성공보수 무효 판결 이유였습니다.

형사사건 성공보수는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진지 꼭 2년이 지났습니다.

성공보수, 정말로 무효화됐는지 알아봤습니다.

대개의 경우 형사사건 변호사 수임료는 이른바 사건의 난이도와 혐의 정도 등에 따라 정해집니다.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

“사건에 따라서 책정되는 금액이 일괄적이지 않고... 형사의 경우 사건 난이도라든지 이런 부분에 따라 (수임료가) 다르겠죠. 사건이 어떤 사건이냐에 따라서 상담을 하고 지원을 하면 알 수가 있죠.“

하지만 당장 감옥에 갈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 인터넷에선 ‘급한 마음에 성공보수를 주기로 했는데 진짜 줘야 하느냐‘고 문의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혐의 처분이 나오면 통상적으로 1천만원을 성공보수로 받는다‘는 등 아예 성공보수가 ’정액제‘처럼 돼 있다는 글도 있습니다.

변호사들은 그들대로 의뢰인들이 먼저 성공보수를 제안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합니다.

[최진녕 변호사/ 법무법인 이경]

“열심히 할 경우엔 그에 따르는 성공보수를 지급해 드리겠다고 오히려 의뢰인들이 제안을 하는 그런 케이스도 있고...”

급한 마음에, 또는 그래야 안심이 돼서 주는 몇백만원 정도의 성공보수는 그나마 그렇다 해도,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성공보수입니다.

이런 종류의 성공보수는 이른바 전관예우나 법조비리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속 상태에서 보석을 시켜주는 대가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에게 무려 50억원이라는 거액을 수임료로 건넨 ‘정운호 법조 게이트’ 입니다.

현직 부장판사에게까지 돈을 건넨 이 사건은 성공보수를 고리로 한 법조계의 어두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준우 변호사 / 민변 사무처장]

“형사 성공보수와 관련해서 대법원에서 결정한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나, 실제로 그것이 법률문화의 관행으로 자리잡는 데는 역시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서...”

돈은 받아야 하고 대법원은 받으면 안 된다 하고, 그러다보니 ‘변형’된 성공보수도 공공연히 횡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식이 이른바 ‘페이백’입니다.

‘성공보수’를 아예 계약할 때 미리 받고, ‘성공’하지 못하면 받은 돈, ‘보수’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주는 겁니다.

시간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타임 차지’라는 것도 있습니다.

‘성공’을 조건으로 ‘보수’를 주지 못하니, ‘내 사건에 신경을 좀 더 써달라‘는 취지로 시간당 얼마씩을 지급하는 겁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타임차지는 보통 시간당 30만~70만원, 전관의 경우 100만원 단위를 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사건 관련 서류를 검토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시간 당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받아가는 겁니다.

이 때문에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재판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과 롯데 등 재벌들이 계약한 대형 로펌이라는 소리가 법조계에선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김경환 변호사 / 법무법인 민후]

“지금도 일부 의뢰인들은 성공보수 약정에 대해서 우호적인 사람들이 있어요. 아무래도 조금 자연스럽지 못한 현상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거죠.”

이처럼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대놓고 또는 변형된 형태로 여전히 관행처럼 계속되고 있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일각에선 대법원 판결이 ‘계약 체결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한 잘못된 판결이라는 볼멘 목소리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율 변호사 / 대한변협 공보이사]

“그걸(성공보수) 막으니까 페이백이라든가 선 수령, 단계별 타임차지, 이런 각종 변형된 형태로 나올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이걸 어떻게 막겠습니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성공보수를 무효화했다는 그 자체가 잘못된 거죠.”

관련해서 변협은 해당 대법원 판결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2년이 되도록 결론은 나지 않고 있습니다.

부르는 게 값인 형사사건 변호사 수임료, 헌법재판소 선고든 국회 입법이든 대법원 판결에 대한 후속 법 제도 정비 작업과 합리적이고 명확한 변호사 보수 가이드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김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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