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혐의 재판 등 이른바 세기의 재판들이 연일 이어지면서 일반 국민들도 ‘반 법률 전문가’가 돼가고 있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그래도, 신문과 심문, 이 차이를 구분하시는 분들은 드문 거 같습니다.

받침 하나 차이인데, 당사자들에겐 천국과 지옥만큼이나 큰 차이라고 합니다.

'카드로 읽는 법조', 김효정 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리포트]

"과거 왕조시대 같으면 망한 정권이다. 독배를 내리면 제가 깨끗이 마시고 이걸 끝내고 싶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신은 ‘죄가 없다’, ‘억울하다’며 한 말입니다.

삼성 승마 지원의 최종적 수혜자이면서도 정유라씨는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범죄 가담 정도가 미약하다는 등의 이유로 두 차례에 걸친 검찰 구속영장을 모두 피해 갔습니다.

김기춘은 신문하고, 정유라는 심문하고. 신문과 심문, 뭐가 다른 걸까요.

김기춘 전 실장도 정유라씨도, 모두 법원에 출석해 판사 앞에서 질문을 받고 답변을 했는데 왜 한 사람은 신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심문일까요.

한자로 보면 신문(訊問)은 물을 신(訊) 자에 물을 문(問) 자를 씁니다.

법률적으론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판결이나 수사를 위해 해당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사실관계를 물어 조사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반면 심문(審問)은 살필 심(審) 자에 물을 문(問) 자를 씁니다.

법원이 당사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절차를 뜻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재판정에서 검사가 “블랙리스트, 당신이 만들고 관리한 거 아니냐” 묻고, 이에 “아니다. 난 알지 못했다”라고 답하는 절자가 ‘신문’입니다.

반면 심문은 판사가 “검찰에선 당신이 도주할 우려가 있어서 구속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얘기해 보라” 하면 “나는 모르는 일이다. 아이랑 같이 있는데 도주할 생각을 해본 적도, 할 수도 없다” 라고 답하는 것을 뜻합니다.

즉, 신문은 수사나 판결을 위해 사실관계를 캐묻는 것을 말하고 심문은 피의자 등 당사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진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ㄴ’ 과 ‘ㅁ’, 받침 하나 차이인데 당사자에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만큼이나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통해 두 차례 검찰 영장 청구를 피해 간 정유라씨, 검찰은 연일 정유라씨를 검찰청으로 불러 피의 사실 ‘신문’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신문’ 과정이 다 끝난 김기춘 전 실장, 특검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고 법원의 선고 공판은 오는 27일 열립니다.

검찰이 정유라씨에 대해 세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법원이 김 전 실장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카드로 읽는 법조’ 김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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