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올해 전세보다 월세의 수요가 늘며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아직 시세가 형성되지 않은 주택의 보증금을 부풀려서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잠적하는 이른바 ‘깡통전세’죠. 

전세사기 피해 급증이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600세대가 경매에 넘어갔는데, 그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날로 늘어나지만 실질적 지원책은 마련되지 않고, 관련법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해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피스텔과 빌라, 나홀로 아파트가 밀집한 인천 미추홀구입니다.

지난 9월 이곳의 한 아파트 우편함에는 법원경매 전문 공인중개사무소의 홍보 전단이 대량 꽂혔습니다. 

피해 주민들이 모여 확인해보니 같은 이름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이들은 “건설사, 임대인, 공인중개사, 관리사무소까지 서로 연결돼 있다”며 “조직적인 전세사기”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주애 / 전세 사기 피해자]
“저희 아파트의 임대인인 분이 이 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 대표고, 이 아파트 임대인인 분이 저쪽에서는 공인중개사로 하고 있고...”

현재 경매에 넘어간 세대만 600가구.

피해자들은 “법원 경매 사이트에 여전히 해당 아파트가 올라오고 있어 피해 규모는 2000세대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안상미 / 전세 사기 피해자]
“한 세대만 놓고 봤을 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이게 여러 세대를 놓고 같이 보니 문제점이 보이는 거죠.”

계약 당시 집주인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통화 한 번 시켜주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성토입니다. 

박씨는 공인중개사 A씨를 통해 부동산 계약을 했습니다. 

사건이 터진 뒤 A씨의 이름을 경매사이트에 쳐봤는데 다른 주택의 임대인이었습니다.

[박주애 / 전세 사기 피해자]
“중개인이 이제 8년, 9년 정도 거래를 했던 사람이니까. 근데 그 공인중개사가 (다른) 피해 아파트의 임대인이었던 거예요. 저는 몰랐죠.”

취재진이 공인중개사 A씨의 부동산 사무실을 찾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법원에서 온 우편물도 받지 않은 채, 책상 위 달력은 9월에 멈춰있었습니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
“문 닫은 지 오래됐어요. 몇 개월 됐어요. 제가 알기론 한 3, 4개월 된 것 같은데. 하여튼 좀 불안하더라고.”

A씨와의 왕래도 일절 없었다는 게 인근 부동산 업자의 말입니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
“(피해 아파트) 분양을 아예 안 했어. 우린 집 구경도 못 했어. 공동중개도 안 해, 그런 사람들은.”

취재진은 경매에 넘어간 주택들을 둘러보다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났습니다. 

이들 역시 집주인이 같은 사람이었는데, 전세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이재광 / 전세 사기 피해자] 
“경매가 터지고 난 이후에 보니까 집주인이 한 사람이더라고요. 많이 놀랐죠.”

[이희영 / 전세 사기 피해자]
“참담하죠. 어떻게 보면 거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데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니까. 거의 (전셋값의) 80% 대출 끼고 들어왔다고 봐야 돼요.”

비가 오면 물이 새고 떨어져 나간 건물 외벽이 몇 개월째 방치됐지만, 관리비 내역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문제는 여전히 주택 분양이 진행 중이라는 겁니다.

중개사무소나 임대인이 이미 이자나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임차인을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박주애 / 전세사기 피해자]
“최근에 이사를 들어온 세대분들이 계세요. 그러니까 2022년도에 계약을 체결하신 분들이 있으신 거죠. 경매가 2022년도 초반에 일어났거든요. 본인이 들어오고 두 달 만에 경매 통지서를 받았다...”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시세조작이 가능한 구조에서 경기가 악화돼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예림 변호사 / 법무법인 심목]
“몇 세대 안 되는 나홀로 아파트나 빌라 이런 것들은 사실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까 이런 식의 시세 조작이 가능한 거예요. 임차인 입장에서 사실 파악하기가 좀 어렵고. 경기가 좋을 때는 계속해서 임차인이 선순환되니까 문제가 없다가 최근 이게 안 되다 보니 이렇게 문제가 생기는 거죠.”

하지만 사기죄로 처벌된 사례는 많지 않아 임대차법의 ‘구멍’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달 21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방지를 위한 임대차 제도개선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전세사기를 완전히 예방하기에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보증보험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예림 변호사 / 법무법인 심목]
“그동안 전세사기나 이런 게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돼 온 면이 있거든요. 근데 이렇게 피해자가 많아지고 사실 2030(세대)의 피해가 많아지잖아요. 저소득층이라든가. 이거는 사회적 비용이 좀 투입돼야 하는 문제로...”

[안상미 / 전세사기 피해자]
“일단 생업에 손을 못 대고 있어요. 지금 다들 돈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이게 전 재산이고, 저도 솔직히 극단적인 생각 안 하지 않거든요. 하거든요.”

전 재산인 보증금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피해자들은 고액의 소송 비용까지 감당하기 힘든 상황.

지난 9월 미추홀구에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는 방안이 나왔지만 감감 무소식입니다.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과 관련법 개선이 시급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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