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윤희창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윤희창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금년 9월부터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수리남>은, 동두천 주한미군 부대 부근에서 카센터와 노래방을 운영하며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분투하던 주인공 강인구가, 남미국가 수리남에서는 홍어를 먹지 않고 버리고 있어 이를 싼값에 국내에 수입하는 무역사업을 하자는 친구 박응수의 제안을 수락하여 수리남으로 떠나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강인구는, 수리남에서도 교회에 가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아내의 당부에 따라 한인교회에 갔으나, 한인교회 목사 전요환이 사실은 국제적으로 마약밀매를 하는 범죄자로서 강인구가 납품하는 홍어 선적에 몰래 코카인을 싣게 된 것이라는 내막을 국정원 요원 최창호로부터 전달받게 됩니다.

수리남은 중남미에 위치한 한반도 3/4 면적의 작은 나라로서, 2008년경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작중에서 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국가로 소개되는데, 2022년 현재도 여전히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어있지 아니하고 대한민국 대사관이 없어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이 현지 연락을 겸하고 있습니다.

범죄인 인도법 제6조는 ‘대한민국과 청구국의 법률에 따라 인도범죄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장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다’라고 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정하고 있고, 제42조는 ‘대한민국 법률을 위반한 범죄인이 외국에 있는 경우 그 외국에 대하여 범죄인 인도 또는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외국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를 정하여 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보다 외국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요건을 완화하여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타국과 체결하여 발효된 ‘범죄인인도조약’은 국회의 비준을 거친 조약으로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이고, 따라서 대한민국이 타국에 대하여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신법 우선의 원칙, 특별법 우선의 원칙 등 법률해석의 일반원칙에 의하여 위 인도조약이 범죄인인도법에 우선하여 적용되어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06. 7. 27. 선고 2006토1 판결 등)”라고 판시하여 범죄인 인도조약에서 정한 내용을 판단의 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위와 같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기준으로 범죄인이 인도범죄를 청구국에서 저지른 것인지 여부, 범죄인에 대하여 이미 청구국에서 수사 및 기소가 이루어져 재판절차가 개시되었는지 여부, 증거자료와 증인 등 범죄사실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가 청구국에 있는지 여부, 범죄인이 대한민국에 체류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도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작중에 수출·유통되는 마약류인 코카인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항 제1호, 향정신성의약품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은 동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각 수출입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되나, 현실적으로 타국에 비하여 선고형량, 형 집행의 강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있어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처벌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작중에 묘사된 바와 같이 오히려 전요환이 대한민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수리남을 선택하고 체류하며 공공연히 마약을 제조·수출하는 것은, 체류국으로부터 이로 인한 형사처벌을 받지 아니할 것을 강하게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며, 실제로 작중에는 군부정권과 모종의 거래관계가 묘사되는데, 그 시간적 배경이 2008년이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할 정도였습니다.

국제마약거래는 집단살해, 전쟁범죄, 노예·인신매매 등과 함께 이미 수십년 전 국제법적으로 선언된 중대 범죄로서 나라의 여하를 막론하고 중하게 처벌됨이 마땅한 바, 궁극적으로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었는지, 형량을 비교하여 어느나라에서 처벌받는 것이 유리한지 등과 같은 기준으로 범죄자가 범행지를 선별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치안체계와 사법부의 권위가 조속히 모든 나라에 확립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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