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설연도 확인불가' 하수도, 1.3만km... 인천→마이애미 거리 수준
하수도 노후화, 지반침식 주원인... "물길 파악 못해 사고위험 높아"

자료 / 안병길 의원실
자료 / 안병길 의원실

[법률방송뉴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매설연도를 파악하지 못한 하수도가 수도권에서만 1만3000km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도권 하수도의 30%를 차지하는 길이인데, 지반침식 주요 원인이 '상·하수도 노후화'라는 점에서 행정체계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상·하수도 배관 매설연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인천 내 매설연도 확인이 불가한 하수도는 1만3842.7km입니다.

이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마이애미 공항까지의 거리로, 비행기를 타고 14시간 42분을 가야 도착하는 수준입니다.

지역별로 서울 하수도 1만783.6km 가운데 3002.9km(27.84%)는 언제 매설됐는지 파악이 불가했습니다.

경기도는 '매설연도 확인불가' 비율이 전 지역 중 가장 높았는데, 전체 하수도 길이 31만436.1km 가운데 1만275.8km(32.68%)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천은 총 5262.1km에서 564km(10.71%)의 매설연도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한민국 총 인구는 5155만8441명. 이 중 수도권 거주자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2604만1627명인데, 집중호우 때마다 수도권이 기민한 타격을 입는 이유입니다.

실제 지난달 중순 폭우로 서울에서만 3430건의 주택·상가 침수가 발생했고, 도로침수도 224건에 달했습니다. 산사태는 10건이고, 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5명, 실종 4명, 부상 1명으로 집계됩니다.

또 최근 4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총 950건에 달하는데, 경기도가 211건으로 가장 잦았습니다.

지난 2019년 정부가 발표한 '1차 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을 보면 종전 5년 동안 지반침하 사고 59.1%(1127건 가운데 666건)는 상·하수도 노후화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정부·지자체가 물길을 파악하지 못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환경부 정밀조사를 받는 20년 이상 된 상·하수도의 경우 전국적으로 33.2%였습니다. 하지만 지반침하 예방안을 마련하는 '지하안전 영향평가' 담당 직원 규모는 올해 1월 기준으로 1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담당하는 전체 상·하수도 길이는 26만6824km(2021년 말 기준)입니다. 1인당 1만5696km의 상·하수도를 관리하는 셈입니다.

김진수 건국대 행정대학원 주임교수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우수관로가 노후돼 파괴되거나 홍수가 오면 수압이 생기는데, 이로 인해 유실되거나 내구성이 취약한 쪽으로 물길이 날 수가 있다"며 "이럴 경우 싱크홀도 발생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지반 침하가 일어난다"고 전했습니다.

지반 침하가 발생하면 다른 건축물까지 위험하다는 게 김 교수 설명입니다.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관련된 근거를 폐기하는 등 행정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당연히 있어할 자료이고, 종합 매뉴얼(지침)을 만들거나 행정적으로 챙겼어야 하는데, 챙기지 못한 게 문제"라며 "건축연도가 언제인지, 우수관로는 제대로 기능을 작동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기관에서 하수도 매설연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에 대해 "지금이라도 전반적인 검증에 나서야 한다"며 "비파괴 검사로 시설물이 안전한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설 점검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빨리 보수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아울러 "아예 건축연도를 모른다는 것은 30년 이상으로 노후화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재정의 문제가 있지만, 대대적 점검과 대수선이 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조사·정비 시기에 대해선 "비가 안 오는 갈수기, 특히 가을철부터 시작해 겨울철, 내년 장마철이 오기 전 신속히 공사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국토부에서 자료를 제출받은 안 의원도 기록적 홍수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7월 같은 내용을 지적하면서 "장마철 지반침하 사고는 매년 반복되지만, 대책이라고는 유명무실한 서류상 계획안뿐"이라며 "국민 안전과 재산을 재난으로 밀어 넣는 행정을 더는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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