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지난 2019년 낙태금지법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 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태아의 생명권은 보호해야 하나, 여성의 결정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 당시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인데요.

헌재는 이 2가지 권리를 조화시킬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통해 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제자리걸음입니다.

입법 논의가 계속 미뤄지면서 법률 공백이 장기화 되자, 법 개정 등 제도 마련 촉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이혜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개월 전 미국 전역에선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낙태죄를 처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2가지 권리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관련 논의는 우리나라도 치열하게 이어져 왔습니다.

[홍순철 부소장 / 성산생명윤리연구소]
“(2019년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판결이) 당시 이제 사회적인 분위기나 그런 정치적인 분위기를 반영된 것이 아닌가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좀 하고요. 현실은 좀 안타까운 생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에서 ‘낙태는 여성의 기본 권리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성의 기본 권리 중에 태아를 죽여도 되는 권리는 없다’라고 이제 선언한 판결이 있었던 것처럼 이 전반적인 흐름과도 역행하는 판결...”

[나영 대표 /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올해 나온 가이드에서는 모든 국가가 전면적으로 (낙태를) 비범죄화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는 66년 만에 낙태죄가 우리 헌법에 어긋난다는, 사실상 위헌선언을 하며 상황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시 헌재는 약 1년여의 시간을 두고 관계부처에 기존 낙태금지법에 대한 개선 및 보완 등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관련 법 개정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체계조차 만들어진 건 없습니다.

[나영 대표 /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정부가 이제 지금 해야 될 일은 비범죄화 되었다는 것이 법적인 기준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확인시키고, 그리고 의료인들과 임신 중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안심하고 의료 행위를 할 수 있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겠죠. 그래야 안전하고 또 건강하게 임신 중지를 하고 이후에 이제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인데요. 지금은 이제 그런 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서..."

지난 2020년 정부안에 따르면 형법 개정안은 기존 모자보건법상 허용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하고, 임신 14주 이내일 경우 본인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약물 허용 등 낙태시술 선택권 확대, 임신출산지원기관 설치, 의료진이 신념에 따라 거부할 경우 다른 기관을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외에도 정부는 건강보험 적용과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허가 등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어디까지나 법률 개정이 이뤄지고 나서의 얘기입니다.

고려대 산부인과 교수 홍순철 부소장은 “산모와 아이 모두를 위해 법체계 정비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순철 부소장 / 성산생명윤리연구소]
“32주 약물로 낙태한 부부 역시도 낙태죄로 처벌받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기가 살아서 태어난 다음에 영아살해죄로 처벌받게 되는데, 이제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거죠. ‘아기는 무조건 내가 낙태해도 되는 거 아닌가’라는 오해를 하게 되는 겁니다. 낙태죄가 아니라 영아살해죄로 더 큰 처벌을 받게 되는데 빨리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낙태 관련 법안을 만들어야..."

그러나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 마련보다 기본법 차원에서 보장하는 새로운 체계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나영 대표 /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처벌과 허용의 기준을 정하는 방식의 법체계가 아니라 성 재생산 건강과 권리 전반에 대한 것을 기본법 차원에서 보장하는 입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부처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개정안과는 별개로 예산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상철 행정사무관 /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기존에 저희 예산 사업의 예산을 활용해서 임신의 유지 종결 갈등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이거는 이제 모자보건법 개정안하고는 별도로 저희가 그냥 예산을 활용해서 하고 있는 사업이고요. 인공임신중절 교육, 상담, 수가 신설, 2021년 8월부터 하고 있고요.”

관련해서 법조계는 기존 낙태죄에서의 형사처벌 측면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형사처벌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므로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민고은 변호사 / 법무법인 새서울]
“부모가 신체질환이나 정신질환이 있거나 성폭력 범죄로 임신한 경우 등 모자보건법상 규정하고 있는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일률적으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형사처벌은 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말 그대로 국가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에 최소한으로, 그리고 최후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임신 중지, 그리고 낙태.

이를 둘러싼 의견은 단순히 찬반을 넘어 임신 주수, 허용 조건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현실적인 결정에 놓인 일반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법률방송 이혜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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