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상징' 국회 의사당에 국적 불명 군상 40년째 자리
이승만 동상 명문 사실과 달라... 슬그머니 교체
이순신 장군 동상도 고증 논란 끝 2015년 교체

 

 

[앵커]

서울 여의도 국회에 가보면 의사당 안팎에 이런저런 동상들이 서 있습니다.

대한민국 입법부를 대표하는 곳이니만큼 뭔가 의미 있고 상징성 있는 동상들을 세워 놓았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LAW 투데이' 현장기획, 오늘은 실소와 냉소가 절로 나오게 하는 국회 조형물에 대해 보도해 드립니다.

김효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새 주소로는 의사당대로 1, 이른바 ‘정치 1번지’ 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이 자리잡고 있는 곳입니다.

대한민국 입법부의 상징답게 탁 트인 전망이 일품입니다.

국회 의사당 본관 앞에 본관을 짊어지고 있는 듯 거대한 동상 2개가 눈에 띕니다.

‘애국애족의 군상’ 이라는 이름의 동상으로, 우리 민족과 국민의 애국심을 형상화했다는 동상입니다.

그런데 동상 인물들의 생김새가 어딘가 좀 이질적입니다.

일단 체격과 근골이 장대한 것은 그렇다 해도, 당장 눈만 봐도 쌍꺼플이 너무 깊게 졌고, 콧날도 지나치게 오똑하고 날카롭습니다.

머릿결도 하나같이 곧은 직모가 아닌, 굵게 웨이브가 진, 어떻게 보면 파마 머리입니다.

여성의 경우 한복을 입혀놨다 뿐이지, 체형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마치 서양인에게 한복을 입혀 놓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아이마저 ‘큐피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서양 아이처럼 생겼습니다.

동상 인물들이 떠받치고 있는 태극 문양과 무궁화가 무색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전경진/서울 신촌]

"봤을 때는 조금 서구형으로 생겼죠. 눈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이목구비가 한국 사람이라기보단 좀 이질감이 느껴지네요."

국회 마당 한복판에 있는 중앙 분수대, ‘평화와 번영의 상’도 이름만 다르지, 생김새는 ‘애국애족의 군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마치 그리스 신화 속 여신이 ‘한복’을 입고 있는 듯 합니다.

 

[피터/노르웨이]

"동상을 보면 유럽인의 얼굴을 하고 동양인 의복을 입은 것처럼 보입니다. 동상을 자세히 보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애국애족의 군상’은 지난 1975년 국회가 지금의 여의도로 옮긴 이듬해인 1976년,

그리고 ‘평화와 번영의 상’은 그 두 해 뒤인 1978년에 각각 세워졌습니다.

대한민국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 마당에,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취임식이 치러지는 곳에, 견학을 온 어린 학생부터 각국 외교사절까지 사시사철 이런저런 방문이 끊이지 않는 국회 마당에,체형과 외모가 이질적인 국적 불명의 ‘군상’이 40년 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국회 관계자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국회 관계자]

“지금 78년에 세워진 거잖아요 그거를 해당 자료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담당자가 수시로 많이 바뀌시거든요.”

국회 동상 논란은 사실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식이 치러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입니다.

본회의장 정문을 등지고 초대 제헌의희 의장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세워진 겁니다.

문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을 기록한 동상 ‘명문’입니다.

원래 명문엔 이승만 전 대통령이 “6·25 전쟁 당시 ‘국회의원들을 우선적으로 피신시켜야 한다’고 국방장관에게 지시할 만큼 진정한 의회주의자셨다“ 라고 새겨 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역사가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홍석률 교수/성신여대 사학과]

“그거는 잘못된... 말이 안 되는 사실인데. 이승만 대통령이 제일 먼저 서울을 떠났고, 27일날 새벽에 떠났고...“

그럼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정작 서울시민들에겐 "적은 패주하고 있다. 서울을 지키시오"라는 거짓 방송까지 틀었습니다.

문제가 되자 국회는 최근 언제 바꿨는지도 모르게 슬쩍 이승만 동상 명문 내용을 바꿨습니다.

‘국회의원들을 먼저 피신시켜야 한다’ 는 내용은 삭제한 것입니다.

[국회 관계자]

“저희는 뭐... 신경을 잘 안 쓰다 보니까”

국회의사당 본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이순신 장군 동상도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지금의 동상으로 바뀌었습니다.

교체 전 이순신 장군 동상은 어깨와 몸통, 하체로 나뉜 갑옷을 입고 칼등이 앞쪽을 향하도록 검을 쥐고 있습니다.

이처럼 분리된 갑옷은 전형적인 중국식, 검을 쥔 방식은 일본 무사들의 검법입니다.

거기다 애초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든 사람은 친일인명사전에까지 이름이 오른 친일파 조각가 ‘김경승’ 이었습니다.

논란과 비난이 거세지자 국회는 지난 2015년 이 동상도 등 떠밀리듯 다시 바꿨습니다.

동상 생김새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 국회인지 유럽 어느 나라 국회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 국회 동상, ‘애국애족의 상’이라는 동상 이름이 무색하게 짙은 쌍꺼풀과 한국인의 머릿결이 아닌 것 같은 생김새가 주는 부조화, 계속 이렇게 둬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법률방송 김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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