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캡처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캡처

[법률방송뉴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병원의 책임론과 함께 의료계에선 담당 의사 수가 부족한 현실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는 근무 중 두통으로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광범위한 중증 뇌출혈임을 파악한 병원 측은 응급조치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출혈 부위가 커 병원 측은 서울대병원으로 A씨를 이송했습니다. 당시 뇌혈관외과 담당 교수는 휴가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씨는 지난달 30일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당시) 외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분들은 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중재시술 신경외과 교수가 있어 치료 노력을 했지만 너무 심각한 상태의 뇌출혈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의 신경과 의사는 39명, 신경외과 의사는 27명입니다. 다만 병원 측은 신경외과에서도 세부 전공이 나뉘어 외과치료 담당 교수 2명, 중재시술 담당 교수 1명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간호계에선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2일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은 ‘근무 중 간호사 사망, 서울아산병원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라’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이들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1등급을 받은 국내 최대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임에도 서울아산병원은 골든타임에 생사여부가 달려있는 뇌출혈에 대해 치료를 하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다 골든타임을 놓쳐 간호사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만일 일반 환자들이 뇌출혈로 그 시간에 응급실에 방문했다면 모두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것인지 대한민국 최대 병원의 응급환자 대처 수준이 이렇다면 의료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덧붙였습니다.

대한간호협회는 “고인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대한 공식적이고 책임있는 입장 표명이 없어 여러 의혹과 주장들이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서울아산병원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700여개 병상을 가진 상급종합병원이 긴급수술을 할 의료진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는 사실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의사인력 부족으로 국내 최고의 상급종합병원에서조차 원내 직원의 응급수술조차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시민단체에서도 강력 비판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부실한 응급의료 대응체계와 부족한 의사 인력 등 우리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재확인했다”며 “전문의사의 휴가로 의료공백 상황이 발생했다는 병원 측의 변명은 결코 단순 실수로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며 관리감독 기관인 복지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의료계에선 인력 부족과 함께 특정 의술 기피 구조가 원인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 보도한 KBS 유튜브에는 자신을 분당서울대병원 방재승 신경외과 뇌혈관외과 교수라고 소개하며 말문을 여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방 교수는 “그날은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했는데, 뇌혈관내시술 교수가 파장이 커질 것을 각오하면서 어떻게든 간호사를 살리려고 서울대병원으로 보내서 수술을 하게 했다”며 “그 큰 아산병원에서 뇌혈관외과 교수 2명이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 서서 근무했다. 나이 50 넘어서까지 인생을 바치며 과로하면서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뇌혈관 수술 분야는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해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 40대 이상의 실력 있는 뇌혈관외과 의사는 고갈돼 가고 있다”며 “중증의료분야 지원, 뇌혈관외과분야 지원 이야기는 ‘의사들 밥그릇 논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환자들의 예후도 좋지 않은 데다가 수가마저 높은 편이 아니니 자연적으로 힘들고 수익 창출도 안돼 의사들도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서울아산병원의 미흡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수익도 안 되면서 어렵고 위험한 수술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호소했습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오늘(4일) 오전 이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백브리핑에서 “실제 어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조사하고, 조사 결과에 대해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표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양윤섭 법률사무소 형산 대표변호사는 “간호사의 뇌출혈 발생과 업무 사이의 관련성 인정 여부, 개인 병력 등에 따라 산재로 인정받게 된다면 산업재해보상법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다”며 “산재와 별도로 병원의 초기 처치나 전원 과정 등 대응 과정에서 과실이 존재한다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보건복지부에서 병원의 응급처치나 전원 등 대응 과정에 관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고,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한다면 형사고발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나 형사고발보다는 제도 개선에 무게를 둔 진상조사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 이번 사안에 대해 서울아산병원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여 형사처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뇌출혈 발병 원인과 업무와의 관련성, 병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위반여부, 병원의 응급처치 및 전원 조치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변호사는 “의료법에서는 입원환자 수에 따른 당직의료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는 응급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한 기준을 정하면서 응급의료기관에 따른 시설, 인력 및 장비 등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응급실 전담 의사, 응급실 전담 간호사, 응급구조사나 청원경찰 등의 인력기준을 두고 있어 법적으로 의료인 수에 대한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전문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등의 경우에는 응급의학과 이외의 전문의에 대한 인력 기준도 정하고 있으나 지역 응급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응급실 전담 의사 및 전담 간호사에 관한 인력 기준만 두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따라서 “법령 개정을 통해 필수 의료 분야 의사에 대한 당직 규정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의사 인력 부족의 문제, 수가체계 개선, 의사 정원을 증원하더라도 필수 의료 분야를 외면하게 되는 원인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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