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홍경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홍경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드라마에서 종종 주인공이 상대방의 부정한 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음식점 같은 곳에서 녹음장치 등을 설치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음식점 주인의 주거를 침입하였다고 볼 수 있을까요?

예전 우리 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음식점의 방실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간 것은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보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 등).

하지만 얼마 전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그 견해를 변경하였습니다.

위 판결에서 우리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갑, 을이 운영하는 각 음식점에서 인터넷 언론사 기자 병을 만나 식사를 대접하면서 병이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장면 등을 확보할 목적으로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감으로써 갑, 을의 주거에 침입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각 음식점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행위는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설령 다른 손님인 병과의 대화 내용과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할 목적으로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갔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판시 내용을 자세히 보면,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데,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즉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지만 주된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따라서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음식점에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음식점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음식점의 방실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갔다고 하여, 음식점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음식점 영업주에 대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하는 것은 음식점 영업주의 추정적인 의사에 따라 형법을 과도하게 적용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추정적인 의사가 아닌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인지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