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남자 군인 차별할 근거 없고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
사고 이후 30여년 만에 상이연금 받게 된 예비역 장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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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얼굴에 뚜렷한 흉터가 있는 여자 군인에게만 상이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로써 군복무 중 얼굴에 흉터가 생긴 50대 남성이 사고가 난 지 약 30년 만에 상이연금을 받게 됐습니다.

오늘(18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손혜정 판사)은 A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상이연금지급 비해당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8일 이와 같이 판결했습니다. 상이연금이란 군사 원호 보상 급여금법에 따라 상이군경에게 지급하던 연금을 뜻합니다. 

육군소위로 임관해 최전방 부대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1991년 작업차량을 타고 가던 중 추락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A씨의 왼쪽 얼굴 5cm 가량이 찢어졌습니다.

A씨는 지난 1996년 전역했고, 얼굴에 흉터가 생겨 취업 등 사회 생활에 불이익을 당해왔다며 지난 2020년 상이연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A씨가 남자이고 흉터가 4cm에 불과해 지급 대상자가 아니라고 통보했습니다. A씨가 전역할 당시 적용된 구 군인연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여자’만을 상이연금 지급대상으로 규정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또 국방부는 해당 규정은 지난 2006년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으로 개정된 바 있지만, 부칙에 소급적용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다는 이유도 들었습니다. A씨 얼굴에 남은 흉터가 4cm에 불과해 기준(5cm 이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법원은 국방부의 결정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을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면서 “당사자의 정신적 고통도 성별과 무관하게 각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원고 전부승소 판결했습니다.

2006년 개정 시행령에 대해서도 “시행일 이전의 남자 군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봤습니다.

또 사고 당시 군의관이 A씨의 상처 길이를 5㎝로 기록했고고, 25년의 세월동안 자연치유에 의해 흉터의 길이가 줄어들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A씨가 상이등급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A씨의 법률대리인 신준익 변호사는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 확대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문제가 된 법령(군인연금법에서 재해보상제도를 분리해 규정한 현행 군인재해보상법)은 지난 2월 3일 자로 특례조항을 신설, 1994년 7월~2006년 10월 사이에 퇴직하거나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남자 군인에 대해서도 상이연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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