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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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5m 음주운전을 해 택시 면허가 취소된 택시 기사가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엇갈린 판결을 받았습니다. 1심에선 법원이 택시기사에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는 패소한 겁니다.

오늘(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배준현 이은혜 배정현)는 택시기사 A씨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개인택시 운송사업 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지난 2020년 A씨는 술을 마신 후 5m 정도 운전을 했는데,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0.205%로 면허취소 수준인 만취상태였습니다. 다만 A씨는 30년 간 교통사고 전력이 없는 데다, 2016에서 2020년까지 약 4년 간 600시간가량 자원봉사를 한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2020년 5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기소유예란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소추조건이 구비되어 있어도 가해자의 기존 전과나 피해자의 피해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내용, 반성 정도 등을 검사가 판단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같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A씨는 해당 일로 2020년 6월 운전면허 취소, 4달 뒤 12월에는 택시면허도 취소됐습니다. 이에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려다가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콜센터 직원의 말을 듣고 GPS를 수신하기 위해 5m 운전했을 뿐인 데 면허취소는 가혹하다"며 2021년 3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의 판결은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았는데, '법의 지혜' '눈물' '온기' 등 온정적인 표현을 쓰면서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입법자가 (택시면허 취소 여부를 판단하는) 재량 규정을 통해 법에 눈물과 온기를 불어넣은 이유는 법의 일률성으로 인해 혹여라도 눈물을 흘릴지 모르는 누군가에게 단 한 번의 기회나마 부여할 수 있게 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며 "사회공동체가 건넨 그 한 번의 기회가 어쩌면 공동체의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이것이 바로 '법의 지혜'라고 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라는 게 당시 재판부 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A씨가 운전한 곳은 산기슭의 주차장이고 GPS가 잘 잡히지 않을 정도로 외진 곳이어서 사람이나 차량의 왕래가 잦은 곳으로 보이지 않아 일반 공중에 야기될 위해가 매우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콜센터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운전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이후 진행된 2심에서 판결은 아예 뒤집혔습니다. "개인택시 운송사업의 질서를 확립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2심 재판부 판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주차장의 입구부터 다수의 음식점이 위치한 길의 진입로까지 약 5m를 운전했다. 다시 주차하기는 했으나 그곳은 다수의 음식점이 위치한 길의 진입로이고 운전 시각은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오후 7시 32분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대리운전 기사가 GPS 위치를 수신할 수 있도록 택시를 운전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목적이었다면 택시를 운전하지 않고 휴대전화만 들고 이동해 위치가 수신되도록 할 수 있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1심에 비해 2심에선 A씨에 대한 교화보단 질서 확립 부분을 크게 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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