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안종범 불러 "SK는 미르·K재단에 얼마 출연했나요" 액수까지 물어 최태원 회장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못 나와서..." 동생 최재원 부회장 '청탁' 시인

 

 

[앵커] 계속해서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SK 최태원 회장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이슈 플러스’,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장 기자, 우선 최태원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간략하게 알려주시죠.

[기자] 네, 지난해 2월 16일입니다. 이날 최 회장은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40분가량 단독 면담을 가졌는데요.

면담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사실상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K스포츠재단에 89억원을 추가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동생인 최재원 SK 부회장의 석방과 워커힐면세점 사업 지속 그리고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등 그룹 현안에 대한 도움을 요구했다, 이렇게 검찰은 봤습니다.

[앵커] 최 회장이 오늘 증언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동생 최재원 부회장 가석방을 청탁한 것을 인정했다구요.

[기자] 네, 최 회장은 이날 독대 초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요즘 잘 지내시느냐"고 인사말을 건네자, 자신은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검찰이 최 회장에게 “대통령 면담 중에 최재원의 석방 문제를 함부로 꺼내는 게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서 인사 나누는 과정에 자연스럽고 완곡하게 얘길 꺼낸 것이냐"고 묻자, 최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최 회장의 말에 박 전 대통령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최재원 부회장의 석방 문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더는 그 문제를 언급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최 회장은 2015년 말 언론에 자신의 혼외자 문제가 보도돼 “개인 가정사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는 게 중요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미르·K재단에 대한 출연 금액을 액수까지 확인했다구요.

[기자] 네, 박 전 대통령은 면담 도중 갑자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당시에는 경제수석이었습니다, 안 전 수석을 불러서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얼마를 출연했느냐”고 물었고, 안 전 수석은 "111억원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최 회장은 증언했습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관심과 협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앵커] 들어보면 박 전 대통령은, 그 두 재단에 대한 대기업의 출연과 금액에 가장 관심이 컸던 거네요. 그 밖에는 어떤 대화들이 오갔다고 했나요, 최 회장이.

[기자] 네, 독대는 40분가량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최 회장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워커힐면세점 사업권 등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면세점 사업권에 대해선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선 특별한 대답은 없었다고 합니다.

[앵커] 그날 면담 이후에 상황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기자] 네, 면담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안종범 당시 수석에게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명함, 더블루K 소개서 등을 최 회장 측에 전달토록 지시했습니다.

또한 최순실씨의 지시를 받은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SK에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시각장애인 지원 사업에 필요한 예산 89억원을 추가 지원 요청했습니다.

이 중 50억원은 해외 전지훈련 비용으로 최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로 송금하라고 했습니다.

[앵커] 네, 그런데 SK는 지원 요구만 받고 지원을 안 받기로 해 ‘없던 일’이 됐잖아요. 그래서 최태원 회장은 기소되지 않았죠. 오늘 법원에 출석하면서도 최 회장은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기도 했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SK측은 향후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어 K스포츠재단 측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고 하는데요. 앞서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는“모든 외부 부탁 등은 법률적 리스크를 매우 세게 따지고 있다”며 “엄격한 기준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거절 이유를 밝혔습니다.

지난 16일 법정에 출석한 김영태 SK그룹 부회장 또한 “추가 지원해야 한다면 더블루K나 비덱스포츠 같은 알지 못하는 단체에 할 것이 아니라 K스포츠에 직접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추가 지원이 결렬된 상황을 진술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어쨌든 청와대가 요청한 데 대해 SK는 청탁했고, 박 전 대통령이 재단 출연금을 추가 요청하자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언들은 얼추 일치하네요. 최태원 회장이 첫 재벌 총수 증인으로 나왔는데, 앞으로도 박 전 대통령 재판 지켜보겠습니다. ‘이슈 플러스’ 장한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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