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이형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이형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지난 5월 개봉한 ‘범죄도시2’가 개봉 한 달여 만에 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역대 스물여덟 번째 천만영화로 코로나 사태 이후 첫 천만영화인데, 이번 흥행은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하여 ‘범죄도시1’에 비해 더욱 커진 스케일과 마동석 배우 특유의 통쾌한 액션, 대세 배우 손석구의 캐스팅 등 여러 요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범죄도시2’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필리핀에서 한인 3인조가 관광객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고 살인을 저지른 이른바 ‘필리핀 연쇄 납치·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이처럼 모티브가 된 실제 범죄의 ‘범죄지’가 ‘외국’이다보니 극 중에서도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는 강력반장 전일만(취귀화 분)과 함께 베트남으로 이동하여 여러 에피소드를 겪게 됩니다.

그 중 마석도 형사가 베트남에서 은신하고 있는 이종두(이다일 분)를 직접 찾아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려고 하자 전일만 반장이 ‘국외’임을 이유로 허가받지 않은 수사가 불법임을 강조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마석도 형사가 “좋은 말로 자수시키는 건데 그게 무슨 수사야?”라고 하자, 이에 전일만 반장이 “니가 가면 그게 수사야! 니가 소개팅을 나가잖아? 그건 수사야”라고 하여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비록 이종두는 은신처에서 죽은 채 발견되어 영화의 전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지만, 만약 이종두가 죽기 전 마석도 형사를 만나 강도살인범 강해상(손석구 분)의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진술을 하였다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은 인정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뇌물공여자인 甲이 과테말라로 도주하여 법원에서 증인으로 소환하지 못하게 되자 군검찰관이 과테말라에서 甲을 조사하고 그 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출한 사안에서, “군검찰관이 형사사법공조절차나 공화국 주재 우리나라 영사를 통한 조사 등의 방법을 택하지 않은 채 직접 현지 호텔에 가서 조사를 실시한 것은 수사의 정형적 형태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하여 위 진술이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도3809 판결).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원진술자가 사망, 외국에 거주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진술 또는 작성이 ‘특신상태’에서 이루어졌다면 원진술자가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없더라도 증거능력을 부여하는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진술 또는 작성이 형사사법공조절차 등 공식적이고 엄격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경우에만 진술조서 등에 ‘특신상태’가 인정된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극 중 이종두가 죽기 전에 마석도 형사를 만나 강해상의 강도살인 사실을 진술하고 그 이후에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진술은 공식적이고 엄격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이 아니므로 ‘특신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고, 결국 강해상의 강도살인죄에 대한 공판절차에서 이종두의 위 진술 또는 그 작성은 그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마석도 형사가 이종두를 찾아가기 전 형사사법공조절차를 거치거나 공화국 주재 우리나라 영사를 통한 조사를 거친다는 설정이었다면‘범죄도시2’는 천만영화가 되지 못했겠으나, ‘현실적’으로는 어렵게 잡은 범인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으므로 적법한 수사절차에 관하여 수사기관의 충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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