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에 법률 해석권 있다"... 헌재-대법 갈등 재점화되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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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법 조항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대법원 재판을 취소하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습니다. 헌재가 법원 재판을 직접 취소한 것은 지난 1997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입니다.

한정위헌은 헌재가 "어떤 조항은 위헌"이라고 공표하고 해당 조항을 아예 없애버리는 '단순위헌' 결정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법 조항은 그대로 두되, 법원이 "~다"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보는 변형된 결정입니다. 

헌재는 오늘(30일) A씨 등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재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등에 대해서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습니다.

A씨 등은 제주도 통합영향평가 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골프장 등의 재해영향평가를 심의하는 업무 등을 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무와 관련해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등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검찰은 심의위원이 공무원에 속한다고 보고 옛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에 A씨 등은 자신들이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2012년 헌재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고, A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광주고법은 지난 2013년 이를 기각했고 대법원 역시 재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씨 등은 헌재법 68조 1항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재차 냈는데, 해당 법 조항은 법원의 재판은 청구 가능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재는 해당 법 조항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는 ‘법원의 재판’ 범위에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제판은 제외해야 한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헌재는 “헌법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으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아울러 “2012년 한정위헌 결정을 했고, 이는 형벌 조항의 일부가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일부위헌 결정으로 법원에 대해 기속력(구속력)이 있다”며 “재심 기각 결정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했으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A씨 등이 이미 확정 받은 유죄 판결에 대해서는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려지기 전에 이뤄진 재판이라 헌법소원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관련해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률방송을 통해 "이번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효력을 대법원이 무시한 것은 두번째"라며 "대법원이 반발함에 따라 국내 최고 사법기관 사이에서 강대강 대치구조가 발생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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