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평소 알고 지낸 5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을 잇달아 살해한 권재찬(53)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오늘(23일) 선고공판에서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씨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또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제적 궁핍을 타개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범행했고 공범까지 끌어들인 뒤 살해했다”며 “범행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리 범행도구를 준비한 뒤 자신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차례로 피해자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거나 증거를 인멸했고 해외 도피도 시도했다”며 “결과가 매우 중대한데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인명을 경시하고 공감 능력이 결여된 것으로 보이고, 재차 살인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높아 보인다”며 “성실한 사회 구성원으로 교화될 가능성이나 인간성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무기징역만으로는 사회에서 온전히 대처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사형이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인간 생명을 경시하는 동일한 범행 재발 방지를 위해 사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다만 공범에 대한 범행은 “피고인이 (공범으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가 많다고 할 수 없다”며 “채무를 면탈하려는 (강도의) 목적보다는 사건 전체를 은폐하려는 의도에서 공범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 살인 혐의만 유죄로 봤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결심공판에서 “피해자의 유가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권씨에게 사형을 내릴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권씨는 지난해 12월 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의 한 상가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50대 여성 A씨를 목 졸라 살해했습니다. 이후 시신을 승용차 트렁크에 유기한 뒤 현금 450만원을 인출하고 11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빼앗은 혐의를 받습니다. 

그는 범행 다음날 인천 중구 을왕리 인근 야산에서 공범인 40대 남성 B씨를 미리 준비한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했습니다.

권씨는 범행 전 인터넷 사이트에서 ‘복면강도’, ‘ATM 강도’ 등을 검색했고, A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폭행해 A씨의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말다툼을 하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권씨가 금품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인천경찰청은 해당 살인사건이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하고 수법의 잔혹성을 고려해 권씨의 신상을 공개했습니다.

한편 권씨는 지난 2003년 강도살인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지난 2018년 출소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검사 출신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재판부의 판시를 보면 사형 외에는 선고할 게 없는 범죄가 맞다”며 “심지어 지난 2003년에 징역 15년을 살고 나온 지 얼마 안 돼, 다시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고 하더라도 교화가 어렵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것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36) 사건 이후 4년 4개월 만입니다. 하지만 이영학은 2,3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형이 확정됐습니다.

이에 대해 김경수 변호사는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이후에 집행을 안 하고 있다”며 “사실상 사형이 집행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까 재판부로서도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법관에게 굉장한 심리적 부담이 된다”며 권재찬 역시 감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김 변호사는 “사형에 해당하는 아주 극악무도한 범죄라는 것에 대한 법률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며 “그 뒤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되느냐 여부를 떠나서 이 사건에 대한 성격을 이번에 1심이 제대로 밝혀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