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연맹 제공
1372소비자상담센터(2020년~2022년5월)/ 한국소비자연맹 제공

[법률방송뉴스] # 서울에 사는 20대 A씨는 한 리셀(재판매) 업체에서 평균 시세 68만원의 신발을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결제 직후 신용카드사로부터 680만원이 결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에 거래 페이지를 다시 확인했고, 가격에 ‘0’이 하나 더 붙어 판매가가 680만원으로 등록됐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A씨는 리셀 업체에 착오로 인한 취소를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구매의사 확인란에 구매자가 체크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판매자 역시 거래취소를 꺼렸습니다.

# 경기도에 거주 중인 20대 B씨는 리셀 업체에서 신발을 주문했고, 5분 뒤 사이즈 변경하려 했지만 사이트 내에서 취소 버튼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업체 측은 규정상 구매 이후에는 취소·변경을 할 수 없으니 상품을 받은 뒤 되팔라고 했습니다. B씨가 전자상거래법에 의한 청약철회를 재차 요청했지만 ‘전자상거래법 3조에 의한 적용 제외 대상’이라며 이를 거부당했습니다.

최근 ‘리셀(한정판 등 희소성 있는 상품에 차익을 붙여 개인에게 재판매하는 개인 간 거래 형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리셀 시장은 원래 개인 거래나 중소 플랫폼 위주였는데, 네이버 계열사가 운영하는 ‘크림’과 무신사에서 분사한 ‘솔드아웃’ 등 대기업이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크림, 솔드아웃 등 리셀 플랫폼은 검수와 배송 등을 담당하는 등 거래에 적극 개입하며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회원 간 분쟁이 발생하면 중개자 면책조항을 적용하거나 자체 검수 기준으로 인해 반품을 거부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해 소비자 불만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은 최근 1372에 접수된 리셀업체 관련 소비자 불만을 분석했고, 2020년 72건, 2021년 268건, 2022년(5월초 기준) 327건으로 나타났습니다.

■ 리셀 업체 “개인 간 거래... 주문취소·반품 불가”

불만 유형별로는 ‘취소·반품 불가’가 35%(234건)으로 가장 많았고, ‘하자품 및 검수불만족’ 30%(202건), ‘불공정약관’ 23%(154건), ‘계약불이행’ 10%(67건), 기타 2%(10건)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불만 접수 주체는 개인 구매자 499건(74.8%)으로 개인 판매자 168건(25.2%)보다 약 3배가 많았습니다.

1372소비자상담센터(2020년~2022년5월)/ 한국소비자연맹 제공

가장 많은 불만 유형인 ‘취소·반품 불가’의 경우, 개인 간 거래로 인한 입찰 형식이 주로 이용되며 가격을 잘못 입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 이용 방식의 혼돈으로 인해 착오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리셀 업체 측은 “전자상거래법 3조에 따라 당사는 개인 사이에서 중개 역할만 수행할 뿐, 매매계약의 당사자에 해당않는다”며 반품을 거부하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성토입니다.

또한 다수의 소비자들은 업체의 검수에 대한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불만 유형인 ‘하자품 및 검수불만족’은 구매자가 상품의 하자를 발견하거나 가품이 의심되어 리셀 업체에 반품을 요청하며 발생했습니다.

리셀 업체가 “자체 전문 검수팀이 가품 여부 및 상품의 하자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한 후 검수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 출고하고 있기 때문에 하자를 인정할 수 없고 반품이 안 된다”고 한 겁니다.

소비자가 검수 합격한 제품을 구매한 뒤 즉시 이를 플랫폼을 통해 되팔았는데 검수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업체의 일방적인 검수 기준으로 인해 상품 하자에 대해 반품 등 피해를 보상받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말입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리셀 시장은 명품 소비 및 한정판 제품 선호 현상 등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리셀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리셀 업체들이 상품의 진위 여부 및 하자 등 자체 검수 시스템을 통해 회원 간 거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만큼 개인 거래를 이유로 주문취소, 반품 불가, 제품 발송 관련 패널티 등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고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검수 기준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리셀 시장에서 플랫폼 업체들이 소비자 피해예방 및 피해발생 시 적극적으로 소비자피해와 분쟁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플랫폼 책임강화를 위해 공정위 등 관련기관에 제도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법조계 “소비자, 플랫폼 믿고 거래... 개입 정도 분명히 밝혀야”

리셀러들이 “전자상거래법 3조에 따라 반품이 불가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스타트업 전문 임주영 변호사(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더라도 판매하는 개인에 따라서 이를 사업으로 하는 자가 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통신판매 중개자인 리셀러는 전자상거래법상 일정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자상거래법의 적용을 받더라도 통신판매중개자가 직접 반품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신이 통신 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경우(운영하는 사이버몰의 초기화면에 알리는 것과 동시에, 광고 매체 등을 통하여 알려야 함)에 한해 판매자와 연대해 소비자에게 손해 배상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주영 변호사는 “대부분의 리셀러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버 몰의 이용약관에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 거래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약관규제법을 위반한 불공정약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약관을 시정하도록 소비자 피해를 일부 구제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공정위는 최근 5개 리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약관을 적발했고, 사업자들이 심사과정에서 자진 시정한 바 있다”는 게 임 변호사의 말입니다. 또한 “현재 시행 중인 전자상거래법에서 리셀러와 같은 통신판매 중개자에게 판매자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거나,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분쟁이나 불만처리 해결을 위한 인력 및 시설을 갖추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대부분 해당 플랫폼의 규모, 광고, 운영을 신뢰하여 거래를 한다”며 “온라인 중개 플랫폼 역시 이러한 점을 광고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실제로 플랫폼 상에서 이뤄지는 거래 과정에서 많이 개입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당연히 해당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법적인 책임도 부담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 중개 플랫폼 사업자들이 △플랫폼 상에서 이뤄지는 거래에 자신들이 어느 정도 개입하는지 △분쟁 발생시 플랫폼이 개입해 해결할 수 있는 구제 절차는 무엇이 있는지 △중개를 의뢰하는 판매자들의 구체적인 정보 등에 대해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표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지 약관에 자신은 판매중개자이기 때문에 면책되는 것으로 고지하고 소비자의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로 면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에 개입하는 정도에 따라 일정 정도 책임을 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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