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기후소송단, 오늘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 제출

기후미디어허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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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태아를 포함한 5세 이하의 아기들이 주된 청구인인 기후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환경보건위원회,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소속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아기 기후소송단’은 오늘(13일) 헌법재판소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시행령 제3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기본법 시행령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지난 2018년 대비 40%로 규정한 것이 아기들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기후소송 중 5세 이하 아기들이 주 청구인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태명이 ‘딱따구리’인 20주 차 태아가 이번 소송의 대표 청구인이며, 5세 이하 아기들 39명, 6~10세 어린이 22명이 직접 청구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의 소송 대리인인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변호사는 “어린 세대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과 피해, 부담을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하게 떠안게 돼있다”며 “이번 아기 기후소송은 부모가 아닌 아기들이 직접 헌법소원 청구인이 되어 가장 어린 세대의 관점과 입장에서 국가의 온실가스감축목표가 권리와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을 항의하고, 위헌임을 확인받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태아 딱따구리와 6세 아동 청구인의 양육자인 이동현씨는 “20주 차인 태아가 배에서 움직일 때마다 대견하면서도, 이산화탄소를 1그램도 배출한 적이 없는 아이가 지금의 기후 위기와 재난을 견디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쓰럽다”며 “개인으로서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역할과 책임이 있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너무 소극적이고 무책임하게 느껴져 아이들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이번 아기 기후 소송에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아기 기후소송 청구인인 10세 한제아 어린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른들은 우리를 위해 지구를 지키겠다고 말하지만, 우리 미래와는 별로 상관없어 보인다”며 “우리가 크면 너무 늦는다. 어린이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바로 지금, 탄소배출을 훨씬 많이 줄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헌재는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이며, 형성 중인 생명의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며 태아의 헌법소원 청구인 능력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 국내 기후소송 현황은... 총 4건 헌법소원 제기 

한편 지난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에서의 헌법소원을 필두로 현재까지 총 4건의 기후 관련 헌법소원이 제기됐습니다. 

모두 국가가 법에서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문제 삼은 법률 조항은 각기 다릅니다.

시행령 시행 이전인 지난 2월, 청소년기후행동은 탄소중립기본법안의 제3조, 제7조, 제8조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법안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35%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이 생명권, 자유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했다고 주장, 추가 청구를 진행했습니다.

시행령 시행 이후인 지난 6월 7일, 이들은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의 ‘NDC 40%’라고 명시한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추가 청구했습니다. 이는 이번 아기 기후소송에서와 동일한 내용입니다.  

■ "정부가 적극 노력하라"... 해외 기후소송 사례는

아기 기후소송에서의 ‘정부가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네덜란드 우르헨다와 아일랜드에서 제기했던 기후소송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탄소중립 관련 법안 내 2030년 감축목표가 미래세대 권리를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이들의 주장은 독일 ‘미래를 위한 금요일’ 등에서 냈던 기후소송과도 유사합니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독일에서 제기된 소송에서 법원은 모두 “정부의 기후변화 책임이 인정된다”며 원고(환경단체)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의 기후변화법 내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며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로 넘기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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