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이혼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참 많습니다. 그러나 어떤 충격적인 사건으로 이혼에 이르게 되는지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부부의 심경, 가족의 상황,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에 대해서는 제대로 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리얼한 이혼 과정을 담은 “결혼이야기”가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저를 찾아주시는 많은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보는 듯했는데요, 사실 부부가 이혼에 이르는 데에는 결정적인 한 사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결정적인 사건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성격 차이”만으로도 재판상 이혼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해합니다. “외도”나 “가정 폭력”같은 중차대한 이벤트는 없지만, 도무지 맞지 않는 배우자와 또는 나를 더 이상은 존중감 없이 대해는 배우자와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은 심정인데, 배우자는 이혼에 동의를 해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물론 결혼 이야기 속에서도 “백”의 외도가 있긴 했지만 그 사건이 없더라도 “니콜”과 “백”의 결론이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되어 집니다. 니콜은 백이 더 이상 본인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여겼고 본인의 삶이 사라졌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우리 법은 이혼 사유를 6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①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을 때, ②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③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④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⑤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⑥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입니다. 그리고 성격 차이로 인한 갈등은 ⑥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즉,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혼 소송을 통해 이혼에 이르는 것이 가능한 것인데요, 성격 차이, 즉, 다름을 인정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한 결혼 생활이라는 것은 결코 유지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당사자 간의 성격 차이로 인해 그간 얼마나 큰 갈등을 빚어왔고 그 다름이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재판부에 잘 설명을 한다면, 법원은 이혼하라는 판결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니콜과 백의 헤어짐이 소송이 아닌 협의의 방법을 통했으면 덜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소송이 없었다면 백은 영영 니콜이 어떤 심정이었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하지도 못했을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좋게 좋게”보다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물론 소송이 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이혼을 결심한 상황이라면 치열하게 서로의 힘듦을 토로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결론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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